[이사람]이정원 세미솔루션 사장

“창업이요? 당연한 말이지만 즉흥적이어선 안됩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사람]이정원 세미솔루션 사장

이정원 세미솔루션 사장은 회사 생활 16년 만에 봉급생활자의 꿈인 창업에 성공했다. 창업 10년도 안돼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로 키웠다. 지금은 매출 1조원짜리 회사를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거침없이 말했고 얼굴에선 강인함이 묻어났다. 그의 자신감 뒤엔 철저한 준비가 숨어있었다.

“저는 대기업을 오래 다녔습니다. 늘 ‘이 회사에서 톱이 되든지, 내가 회사를 차린 분야에서 톱이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이 재밌어집니다. 절대로 일을 소홀히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미래와 연결시켜야 일이 재밌고 열정이 생기는 겁니다.”

이 사장은 럭키금성 시절의 금성일렉트론에 입사하면서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생산과 개발, 영업 등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러는 동안 합병 등을 거쳐 회사명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불안한 미래, 결정을 해야 했다. 회사 생활은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와 팹리스업체 ‘세미솔루션’을 세웠다.

그는 원칙을 강조했다. ‘일을 추구하면 영리는 따라붙는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일을 추구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오래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회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음 해야할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넥스트를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반도체 단순 유통에서 시작해 반도체부품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로,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업체로 변신을 거듭했다. 회사 역량에 맞게 단순한 일에서 시작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다음 사업을 찾아간 것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기술과 보안영상 기술을 결합해 차량 블랙박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원칙을 시험할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내년 중 상장한다. 상장 후 5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면서 “넥스트를 찾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수요가 있고 나서 기술이 등장했는 데 이제는 반대로 기술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따라서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내놓을 수 있는 속도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회사가 가진 능력을 세분화하고 이들을 각각 결합해 수없이 다양한 컨버전스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그는 이를 ‘큐브 사업모델’로 구체화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시기입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를 대신할 수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장을 하는 것이고요. 또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