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R&D) 기술이 원자력 선진시장인 유럽에 처음 진출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뚫고 이룬 쾌거로 향후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하 KAERI 컨소시엄)이 네덜란드가 국제 경쟁 입찰로 발주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OYSTER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업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의 열출력을 2㎿에서 3㎿로 증강하기 위한 시설개조와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이 골자다. KAERI 컨소시엄은 계약협상을 마무리하면 7월 계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 기본설계에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구축은 2017년 말 완료가 목표며, 계약금액은 약 1900만유로(약 260억원) 수준이다.
연구용 원자로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활용해 각종 연구를 수행하는 장치다. 나노 구조 분석이나 생명공학 연구 등에 폭넓게 이용된다.
KAERI 컨소시엄은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 독일 누켐-러시아 니켓 컨소시엄과 경합을 벌인 끝에 수주에 성공했다. KAERI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으로는 국내 하나로 연구로 자력설계·운영, 수출형 신형 연구로 건설추진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 UAE 원전 및 요르단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 등으로 입증한 국내 산업계의 기술력 등이 꼽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하나로 자력설계·운영(1995년) △UAE 상용원전 수출(2009년) △요르단연구로 시스템 일괄 수출(2009년) 등 꾸준히 원자력 기술을 수출해 왔으나 대상국이 중동과 동남아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가 존재하는 유럽에 국산 연구로 기술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국내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더구나 유럽에서 글로벌 원자력기업을 제치면서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의 우수성과 수출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OYSTER 프로젝트 수주로 지난 2009년 수주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사업에 이어 유럽 원자력 기술 수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며 “향후 국제입찰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인 ‘팔라스(PALLAS) 사업’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