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장은 똑똑하기로 소문난 B팀장에게 중요한 혁신 프로젝트를 맡겼다. B팀장은 상황분석부터 시작해 몇 달 동안 프로젝트에 열심히 몰입했다. 그런데 6개월이 다 지나도록 진척된 사항이 별로 없다. 심지어 B팀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평하는 소리도 커졌다. 직원들 불만이 커지자 A사장은 이번에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특징인 C팀장에게 프로젝트를 넘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C팀장이 프로젝트를 맡은 지 두어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고,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C팀장에겐 어떤 비결이 있어 단기간에 이렇게 달라진 걸까?
B팀장처럼 일을 추진할 때 원인 분석에만 매달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을 ‘TBU(True But Useless)’라고 한다. 즉, 맞는 얘기인데 별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에 C팀장이 달랐던 점은 ‘밝고 긍정적인 점을 먼저 찾았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 C팀장의 특징인 ‘밝은 점 찾기’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도대체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원인 분석 중심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에 현재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이 점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 해결 중심의 질문을 한다. 단계별로 정리하면, 제일 먼저 성공 사례를 찾고, 그 다음에는 왜 성공했는지 공통점을 찾고, 마지막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공통점을 따라 하게 하는 것이다.
1990년 제리 스터넌이 처음 어린이 구호 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베트남 지부의 지부장으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그의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를 도와줄 인력도 변변치 않았고, 베트남어도 할 줄 몰랐다. 베트남 정부조차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 접근방법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위생설비가 문제고, 깨끗한 물 공급이 안 되는 것이 문제고, 영양실조에 대한 부모들의 무지가 문제고, 정부 지원 부족이 문제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물론 맞는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많은 원인을 단 시간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스터넌은 쓸데없는 원인을 분석 TBU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밝은 점부터 찾았다. 비록 많은 베트남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렸지만 건강한 어린아이도 분명 존재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부모들이 어떻게 했기에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는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양실조에 걸린 부모들이 하루에 두 번 식사를 주는 반면에 건강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같은 양을 하루에 네 번으로 나눠서 먹이더라는 것을 알게 됐다. 논에서 잡은 새우와 게는 어른들이 먹는 음식으로 치부해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았던 다른 부모들과 달리, 건강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이 새우와 게를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것도 발견했다. 또 고구마 잎으로 밥을 싸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처럼 건강한 아이들의 부모 특징을 알아낸 그는 동네 오두막에 모여 열 가구씩 함께 식사를 준비해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먹이도록 했다. 그랬더니 6개월 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스터넌이 맡았던 어린이 중에서 65%에 이르는 어린이의 영양상태가 개선된 것이다. 이 식습관은 220만명에게 전해져 베트남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접근법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2000년 초반, 포드자동차는 서비스 센터에 대한 고객 불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고민이 많았다. 서비스 교육 강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새로 온 HR팀장이 ‘밝은 점 찾기’로 가뿐히 해결했다. 원인 분석 TBU에 매달리는 대신, ‘서비스 교육을 받고 효과를 본 직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라는 밝은 점 찾기에 주목하고 이를 행동 매뉴얼로 만들어 다른 직원들이 따라 하게 한 것이다.
단기간 안에 빠른 변화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대책도 없는 원인 분석에만 매달리지 말자. 성공 사례를 찾고 그 안의 밝은 면을 찾아 따라해 보자.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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