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T, 아이리버 혁신 아이콘으로 되살리길

아이팟 이전까지 혁신 아이콘이었던 아이리버가 새 주인을 만나 재기를 꿈꾼다. 우선협상대상자인 SK텔레콤이 아이리버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혁신적 기능과 디자인으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선도했던 아이리버다. 애플 아이팟이 나오자 위기를 맞았다. 곧이어 스마프폰 시대가 열리자 그로기에 몰렸다. 경영권을 보고펀드에 넘기고 MP3플레이어 사업까지 버렸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신규 사업도 여의치 않았다. 벼랑 끝에서 아이리버가 내민 손을 SK텔레콤이 잡았다.

긍정적인 시사점이 많다. 먼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돌아오자 회사 가치를 다시 높이고 매각도 성공했다. 아이리버는 그간 돌고 돌아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를 앞세워 본업으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라고 하지만 고음질 수요는 여전히 있다. 최근 수십 만 원대 고가 이어폰이 잘 팔리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덩달아 고음질 음원 수요도 앞으로 는다. 아이리버가 SK텔레콤 음원 사업 노하우까지 접목해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재도약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도다.

아이리버는 스마트폰과 같은 핵심 단말기도 아니며 생산 규모도 작지만 음원플레이어, 웨어러블 이어폰 등 관련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성장 가능성은 되레 스마트폰보다 높다. SK텔레콤은 서비스-세트-반도체를 연결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신규 사업도 모색할 수 있다. 덤으로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비로소 뗀 내수기업 꼬리표를 이제 완전히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빛바랜 추억이 됐지만 아이리버는 우리가 시장선도자(퍼스트무버)로 자랑할 만한 기업이다. 고음질 음원단말기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선도자 역할을 다시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을 인수해 성공시킨 첫 사례가 등장한다. 회생에 몸부림치는 팬택을 비롯한 기존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투자를 기다리는 신규 기술 중소벤처에게도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다. 기술산업계가 얻을 실익이다. SK텔레콤은 인수한 미운오리새끼를 백조로 탈바꿈시켜야 할 당위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