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마을에 활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30여 가구의 주민들은 마을을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탈바꿈하는 데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었다. 지난 25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소매곡리에서는 주민들 주도로 사업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소매곡리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친환경 에너지타운 세 곳 중 하나로 환경부가 사업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지역 혐오시설에 친환경 에너지시설을 들이고 주변에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혐오시설에 대한 지역갈등 해소, 에너지 불균형 해소 대안 모델로 기대하고 있다. 소매곡리에는 가축분뇨 자원화시설과 태양광·소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도시가스배관과 꽃길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선정된 지 이제 한 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시설은 기초공사가 시작된 가축분뇨 자원화시설 정도였다. 홍천군 하수분뇨처리장에 들어서는 이 시설은 완공 후 하루 1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 3000㎥ 바이오가스와 50톤의 비료를 생산한다. 바이오가스는 인근 강원도시가스로 보내진 후 다시 마을에 공급되며 이를 위한 가스배관도 설치된다. 부산물로 나오는 비료는 전량 마을에서 수익사업화할 예정이다.
기초공사 현장이 가까워지자 가축 분뇨냄새가 강하게 코를 찌른다. 분뇨처리 최종라인이 밀폐되지 않는 기존 처리시설 때문이다. 이 악취 때문에 소매곡리 주민들은 처음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환경시설이 더 늘어나면 냄새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너지화 설비가 들어서면서 기존 설비의 밀폐 공사도 약속받으면서 지역민심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내년 정도면 가축분뇨처리시설 악취는 사라지고 바이오가스가 생산되는 설비로 탈바꿈한다.
하수분뇨처리장에는 태양광과 소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들어선다. 태양광은 하수처리장 유휴용지를 활용하는 한편 외곽에 테두리 형태로 설치해 외부에서 봤을 때 하수분뇨처리장이 가려지도록 할 예정이다. 소수력 발전은 높은 지대를 활용 25㎾의 설비를 운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날 보여준 소매곡리 주민들의 적극성은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환경설비가 들어서는 곳은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혀왔다. 하지만 소매곡리 주민은 오히려 주체가 돼 사업방향과 운영안 등을 고민하고 홍천군에 제시했다. 강원도시가스에 공급한 바이오가스를 다시 공급받을 때 조건을 두고 물량할당, 요금할인, 비용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언급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모습은 친환경 에너지타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매곡리 주민들은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통해 얻는 수익을 마을 개발과 에너지 및 비료 사업에 재투자해 기업형 마을로 성장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지진수 소매곡리 이장은 “그동안 소매곡리는 냄새나는 마을로 인식됐지만 주변 폐기물을 수용해 홍천을 있게 한 고마운 마을”이라며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성공모델로 이끌어 마을이 활기를 되찾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천(강원도)=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