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캐리어이더넷 시장 열린다···LGU+, 장비업체로 SNH 선정

외산 일색이던 네트워크 핵심장비 캐리어이더넷 시장에 국산 제품의 반격이 시작됐다.

국산 장비가 글로벌 업체 제품을 제치고 주요 네트워크에 잇따라 채택되면서 본격적인 품질과 가격경쟁에 돌입했다. 국산 장비는 이미 출시된 중·소용량 제품에 이어 기간망에 쓰이는 대용량 장비 개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산 장비 공급이 진행 중인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공공기관에 이어 통신사도 본격적인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기업용 멀티 프로토콜 레이블 스위칭-전송 프로파일(MLPS-TP) 엑세스 캐리어이더넷’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국산 업체인 SNH를 선정했다.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에는 화웨이와 알카텔루슨트 같은 글로벌 장비업체도 포함돼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코위버를 캐리어이더넷 공급업체로 선정한 바 있다. 또 다시 국산 업체를 선택하면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업체 선정을 국산 캐리어이더넷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LG유플러스가 도입할 제품은 80Gbps, 30Gbps, 4Gbps 세 가지 중·소용량 제품이다. 하지만 SNH를 비롯해 국내 전송장비 업계가 곧 대용량 장비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연말부터는 기간망 분야에서도 외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는 올 가을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KT 기능시험(FT)에 맞춰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송장비의 일종인 광다중화장치(MSPP) 차세대 버전인 캐리어이더넷은 기존 이더넷부터 무선망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고속 통신망이다. MSPP에서 처리하던 트래픽 용량을 수백Gbps로 늘릴 수 있다. 간단한 구조와 높은 보안성, 망 확장 용이성 때문에 통신사에선 일찍부터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추진해왔다.

KT는 2012년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지난해 전국 50여 국소에 구축을 완료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상반기 전국망 단위로 캐리어이더넷 장비를 설치했다. 당시 장비 공급사는 모두 글로벌 업체다. 이에 따라 국내 전송장비 업계는 2년여 전부터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장비를 개발하며 경쟁을 준비해왔다.

국내 통신사는 과거 MSPP의 경우 처음엔 외산을 사용하다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국산 장비 도입을 늘렸다. 현재 MSPP 분야는 국산 제품이 시장을 점령한 상태다. 캐리어이더넷 시장 역시 MSPP와 같은 추세로 흘러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SNH는 지난해 초 국내 업체 최초로 ‘MLPS-TP 캐리어이더넷’을 지자체 통합망 구축에 공급한 바 있다. 최근엔 인천광역시청 2단계 통합망 구축 사업까지 수주하며 고객사를 늘리고 있다. 올해 안에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SNH 관계자는 “국산 캐리어이더넷은 MSPP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고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외산 제품을 고집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적지 않아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