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25>웹

거미줄 또는 망을 의미하는 웹(web)은 월드와이드웹을 지칭하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월드와이드웹은 1969년 ARPANET에서 시작된 인터넷 서비스의 일종이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된다.

미궁 속에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테세우스와 그를 기다리는 아리아드네
미궁 속에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테세우스와 그를 기다리는 아리아드네

월드와이드웹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근무하던 영국의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에 의해 1989년부터 2년에 걸쳐 처음 발명됐다. 원래 이것은 연구소의 정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됐다. 조직이 위계적이고 연구팀마다 사용하는 컴퓨터 시스템 사이에 호환성이 없어 연구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이를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다.

버너스-리는 하이퍼텍스트라는 용어를 고안한 것으로 유명한 테드 넬슨( Ted Nelson)의 하이퍼텍스트 비전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정보를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호환되는 도구로 문서를 작성하고 읽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보를 작성하고 읽게 해주는 도구를 만들어 그 이름을 ‘월드와이드웹’이라고 붙였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WorldWideWeb이라 붙여 쓰던 이 말은 몇 년 후 지금과 같은 정보 세계를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고 띄어쓰기도 하게 됐다.

중요한 점은 정보를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하여 연상적으로 한 정보를 보고도 다른 정보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서 사이의 연결은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문서를 경유해 다중적으로 구성된다. 이른바 중복 연결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중복 연결의 원리는 버너스-리가 처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1945년 바네바 부시는 메멕스(Memex)라는 하이퍼텍스트 기기를 구상하며 이런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원리는 그 이후 정보를 조직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되었다.

중복 연결의 원리는 문서나 정보와 같은 소프트웨어 세계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1969년 ARPANET을 구축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각의 컴퓨터, 즉 노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던 개발팀은 저명한 씽크탱크인 RAND의 자문을 받아 컴퓨터 사이를 중복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나의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이어지는 링크가 적의 공격으로 파괴되더라도 다른 컴퓨터를 경유하는 우회 연결망이 확보되면 전체 네트워크는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냉전 시대의 산물인 중복 연결의 원리가 하드웨어와 정보를 조직화하는 보편적인 원리가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월드와이드웹의 링크를 통해 거미줄과 같은 정보의 세계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런 세계는 미로와도 같다. 수많은 문학의 모티브가 된 고대 그리스의 미궁(labyrinth) 신화는 웹의 정보 세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를 은유적으로 잘 보여준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로 하여금 미궁을 짓는다. 가둔 이 괴물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괴물에 죽임을 당하거나 미궁을 빠져나오지 못해 죽고 만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자신에게 반해 건네준 실타래 덕분에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웹으로 대표되는 정보의 세계에 들어가지만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미로에 갇혀 헤어나지 못한다. 테세우스처럼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우리에게 있는가? 자신이 설계한 미궁에 빠진 다이달로스는 아닐까?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