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 2라운드 개막이다. 애플과 구글이 이달 잇따라 개발자회의를 열어 전면전을 선포했다. 스마트폰에 머물던 전선이 웨어러블, 헬스케어, 스마트TV와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으로 확 넓어졌다. 전략은 여전히 달랐지만 전술은 닮았다.
애플은 독자 운용체계(OS)와 앱스토어라는 폐쇄적 플랫폼 전략을 고수한다. 다만, 모든 것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태도에서 조금 물러섰다. 울타리를 건드리지 않는 한 외부 협력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구글은 늦은 출발에도 애플을 따라잡은 개방적 생태계 전략을 한층 고도화한다. 협력 업체 군을 늘려 경쟁도 유발한다. 안드로이드 지배력 강화라는 속셈은 더 노골적이다.
두 디지털 맞수의 전술은 같다. ‘연결’이다. 스마트폰에 노트북과 PC, 태블릿, 웨어러블기기, TV 및 가전기기, 자동차를 연결하는데 집중한다. 나중에 기기간 자유로운 연결까지 간다. 어느 기기나 동일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 유지가 관건이다. 애플과 구글을 이를 위해 디자인까지 바꿨다.
스마트폰 자체 혁신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 혁신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내재한 제품 철학과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다르지만 겉으로 드러난 차별성도 거의 사라졌다.
혁신 대상 이동은 스마트폰 업체, 특히 전문업체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다. 스마트폰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개발 주도권마저 연결 대상 분야 기업에게 빼앗길 수 있다. 아이폰 조립으로 큰 대만 폭스콘이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관련 디스플레이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겨간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 스마트폰 업체는 그나마 다행이다. TV와 가전 사업을 병행한다. 그것도 세계 1, 2위로 경쟁력이 있다. 이 분야만큼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하지만 LG 웹OS도, 삼성 타이젠TV도 아직 힘이 달린다. 눈치 안보고 살려고 멀고 험한 길을 갈 것이냐, 구글 울타리에서 그냥 밥 먹고 살 것이냐 선택할 시간이 임박했다.
기로에 선 것은 우리뿐만 아니다. 세계 기술기업은 애플이든 구글이든 하나를 선택해 줄을 서야 한다. 둘 다 상대할 정도라면 별 걱정이 없는 기업인데 거의 없다.
안드로이드가 iOS를 제치자 구글을 선택한 기업이 는다. 애플도 이를 의식해 플랫폼을 더 개방한다.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종속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더욱이 두 그물이 갈수록 촘촘해져 빠져나오는 게 힘들어졌다. 세계 기술기업은 애플과 구글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포위망을 뚫으려면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구글은 보안,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분야에 취약하다. 애플 약점은 구글과 아마존 존재 자체다. 갇혀도 최소한 제 목소리를 내려면 독자 무기가 필요하다. 안드로이드에 기본 탑재한 삼성 보안솔루션 ‘녹스’가 한 예다. 음성인식과 통역,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초기 분야에서 이런 무기 개발 여지가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구글과 애플도 버거워하는 업체와의 기술 협력도 강화할 일이다. 구글, 애플이 못마땅한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업체도 협력 대상이다. 적의 적은 우군이다.
구글과 애플의 엄청난 견제가 예상된다. 플랫폼 생태계 퇴출 협박도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앞으로 탈출이 도저히 힘든 애플과 구글 감옥이다. 스스로를 에워쌀 담벼락을 더 높이 쌓으라는 명령처럼 들린 두 회사 개발자회의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