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밤.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에 펼쳐질 우주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새벽 천문학자들이 불꽃놀이라고 부르는 화려한 유성우가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데 유성우를 기다리던 중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고, 새들이 소리를 지르며 무리지어 비행하기도 한다.
곧이어 시작된 유성우. 놀랍도록 가깝게 보이는 유성에 모든 사람들이 감탄한다. 유성우가 혹시나 기대 이하이지 않을지 걱정하던 방송사 기자도 흐뭇해한다. 그 순간 조그만 유성 잔해 하나가 지표면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떨어진다. 자동차를 박살내고, 사람에게 떨어져 즉사시키기도 한다. 이후 마치 폭탄처럼 연이어 유성 잔해가 떨어지며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진다.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멘트대로 아름다운 장면이 죽음의 장면으로 돌변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대혼란에 빠진다. 위성을 사용하는 통신과 방송도 두절된다. 유성으로 인해 전파교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천문학 교수인 미셸 박사는 미 공군의 요청으로 분석을 시작하고, 앞으로 세 번의 유성폭풍이 더 몰아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연이어 몰아치는 유성 폭풍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와 알카트라즈 감옥이 붕괴되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다.
문제는 마지막 네 번째. 이번에는 작은 유성조각이 아니라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온다. 대륙간 탄도탄으로 요격해 우주에서 분해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영화 둠스데이가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진주에 운석이 떨어졌던 것처럼 지금도 지구에는 많은 우주물질이 떨어진다. 물론 대부분 크기가 작아 큰 영향이나 피해를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행성 같이 큰 물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실제로 6500만년전 지름 약 10㎞ 정도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에도 지난 8일 축구장 크기의 소행성 ‘2014 HQ124’가 지구를 스쳐지나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지구로부터 77만마일(약 125만㎞) 떨어진 거리를 지나갔다.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면 대형 도시 하나가 사라졌을 정도의 충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NASA를 중심으로 ‘소행성궤도변경임무(ARM)’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주선을 통해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작은 소행성을 안전한 궤도로 옮기거나, 소행성 샘플을 채집해 복귀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국제연합(UN)도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 정보를 추적 관리하는 ‘국제 소행성 경고 그룹(IAWG)’ 설립을 승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위험으로부터 국민 안전과 인공위성 등 주요 국가 우주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계획인 ‘우주위험 대비 기본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우주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갖춰가기 위한 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