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하반기 애플 신제품 출시를 놓고 엇갈린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애플 협력사인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은 기대감에 들썩거리고 있지만, LG전자는 상승세를 탄 G3 판매에 문제가 생길까 내심 불안한 모습이다. 애플이 판매량 확대를 위해 다모델 전략으로 선회함에 따라 하반기 LG그룹 전자 계열사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하반기 아이폰6를 4.7인치와 5.5인치 크기로 내놓을 계획이다. 아이패드 시리즈도 기본형과 슬림형(에어)·미니(7.9인치) 등 여러 모델로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처럼 다모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 LG 소재부품 계열사들은 애플 전략 변화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G전자가 G3로 스마트폰 사업 재기에 성공한 데 이어 하반기 애플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LG디스플레이는 재팬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 아이폰6에 고화질 LCD를 공급한다. 아이폰6용 LCD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에서 생산되는 만큼 평균판매가격(ASP)도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애플 수요에 대응해 3분기까지 LTPS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50~60% 늘릴 계획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4인치에서 4.7인치와 5.5인치로 LCD 크기가 커지면 면적이 40~50%가량 증가한다”며 “초기 모델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종전 모델용 LCD보다 30% 이상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도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애플이 최근 아이폰 카메라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면서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의 주력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제품은 카메라모듈이다. 상반기 LG전자 G3용 카메라모듈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다 하반기 애플 아이폰6 신규 수요까지 더해지면 실적 개선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폰용 2차 전지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LG화학도 애플 다모델 전략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전자는 애플 아이폰6 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G3로 사실상 재기를 선언했다. 세계 최초로 QH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G3는 각계의 호평을 끌어내면서 2분기 3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180개 이상의 이동통신사업자와 손을 잡았고, 이달에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 출시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애플 아이폰6 이슈가 부각되면서 G3 대기 수요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갤럭시S5보다 G3가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LG전자가 하반기 애플을 상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