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대 아이폰·아이패드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정체기에 접어든 매출과 감소세로 돌아선 이익률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콘은 최근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폰용 액세서리’를 내 놓은데 이어 스마트폰의 판매와 유통에 직접 뛰어들었다. 조만간 ‘이동통신 서비스’도 직접 시행한다.
여기에는 폭스콘의 절박함이 배어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단 1%에 불과했다. 애플의 아이패드 생산을 처음 맡았던 지난 2010년 매출 성장이 53%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반면 폭스콘의 인건비는 지난 2009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순이익 성장률 역시 2009년 37%에서 지난해 13%로 급락했다. 급기야 폭스콘은 일부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델의 생산을 컴팔, 위스트론 등 자국 중소업체에 재하청 주는 단계까지 몰렸다.
테리 거우 폭스콘 창업자(63)는 지난주 열린 연례 주총에서 “더이상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사업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애플과의 밀월 관계를 지속해 온 폭스콘은 1300억달러의 연매출 중 절반가량을 애플 제품의 생산을 통해 벌어왔다.
거우 창업자는 “일단 대만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합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 본 뒤, 이를 세계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장 ‘커버뱅크’(스마트폰 액세서리)와 ‘캔디야드’(블루투스 헤드셋)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주변기기로 시작한 폭스콘의 이같은 ‘외도’가 결국, 주력인 스마트폰으로 확대되면 애플과의 관계 재조정이 불가피해서다.
이에 대해 폭스콘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인도·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블랙베리 유통에 직접 나서는 등 스마트폰 제조를 제외한 대다수 관련 시장에는 다각적으로 진출하는 모양새다.
폭스콘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는 특허다. 바이오메트릭스 센서와 같은 스마트폰용 기술특허 획득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거우는 작년 10월 “안면인식 관련 300개의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에 쓰는 가상현실 기기) 관련 특허를 구글에 매각하기도 했다.
폭스콘의 온라인 플랫폼 ‘킥2리얼’도 대만서 화제다. 무료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시제품화 시켜주는 비즈니스다. 향후 발생 이익을 폭스콘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작년 말 획득한 대만 4G 이동통신 사업권을 바탕으로, 폭스콘은 내년부터 이통사업자로 변모한다. 이를 위해 폭스콘의 텔레콤 사업부문인 앰빗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조만간 지역 이통사업자인 아시아 퍼시픽 텔레콤을 인수할 예정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