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뭄에 단비 내리 듯 설비 투자 소식이 들려오지만, 장비 업계는 여전히 울상이다. 시황 악화 탓에 장비 공급 단가 협상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설비 투자 규모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A3) 가격 협상을 계속하면서 주문서(PO) 확정을 늦추고 있으며 상반기로 예정됐던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라인 투자도 여전히 검토 단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만5000장 규모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라인을 A3공장에 구축하기로 했으나, 극히 일부 장비만 구매를 확정한 상태다. 대다수 장비들은 여전히 가격과 규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장비 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규격까지 꼼꼼히 따지면서 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다. 공정·구매 담당자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전문가들도 대거 투입돼,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장비 업계는 공사 시작 후 2년여 만에 투자 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자 한숨을 크게 내고 있다. 종전보다 기판 크기도 커졌고 최신 기술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오히려 단가 인하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협상은 지연되지만 장비 납기는 예정대로 요구하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올 초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중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LG디스플레이는 투자 검토 단계다. 현재 파주 4.5세대 라인은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4.5세대 라인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기판의 500ppi(인치당픽셀수) 제품까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 시장 가능성에 답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선행 투자가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어온 동력인데 요즘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에 소극적”이라며 “전체적으로 수익이 악화되다 보니 미래 사업도 신중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