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링크(missing link)는 잃어버린 고리 혹은 단절고리라는 의미다. 전체를 완성하는 데 중간에 빠진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생물 진화를 설명할 때 아직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단절이 생긴 부분을 가리킨다.
UN 산하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985년 ‘미싱링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통신의 접속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분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간극, 즉 미싱링크가 바로 통신에 있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를 계기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통신 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일어났다.
미싱링크 보고서 작성은 1982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ITU 전권회의에서 관련 위원회를 설립함으로써 시작됐다. 보고서 이후, 개발도상국의 전기통신 개발을 지원하는 업무는 무선 주파수와 위성궤도,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 업무와 함께 ITU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전권회의에서는 각국의 전기통신 개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ITU 우선순위 역할로 확인했다.
이처럼 국제적인 ICT 관련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ITU 전권회의는 4년을 주기로 열린다. ICT와 관련한 각국 장관 등 최고위 인사가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 회의라는 의미로 전권회의라는 명칭이 붙었다.
ITU 전권회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이사회 구성이나 예산과 같은 ITU 운영에 관한 의제가 논의된다. 아울러 향후 세계 ICT 향방을 좌우할 여러 가지 중요한 의제도 다뤄진다.
지난 2010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된 제18차 전권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인터넷 관련 이슈, 온라인 아동 보호, ICT와 여성, 기후변화 등 폭넓은 현안이 결의돼 ICT 역할과 책임이 확대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ITU 전권회의는 오는 10월 20일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권회의 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ITU 전략계획을 비롯한 국제적인 ICT 정책 현안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최신 현안이라 할 수 있는 ICT와 다른 산업의 융합, 사물인터넷에 대한 이슈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의제화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권회의에 ITU 표준화 국장 후보를 출마시키는 등 최초의 ITU 고위직과 일곱 번째 이사국 진출도 도전한다. 또 전권회의 개최 기간에 열리는 ICT 관련 전시회와 콘퍼런스를 통해 우리나라 ICT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193개국에서 15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일반 참관객도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유발되는 경제효과가 71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일궈온 ICT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ICT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위상만큼이나 국제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 것인지 책임도 막중해진다고 할 수 있다.
1985년 미싱링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간 정도 소득 수준의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국가였고 통신 인프라를 활발히 구축해서 경제적·사회적 개발을 실현하고 있는 사례로 소개됐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강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는 단절된 고리를 잘 찾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다가갈 수 있었다.
이번 ITU 전권회의를 계기로 국제 사회에서 또 다른 미싱링크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때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