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기 스마트스쿨, 글로벌 기업 의지에 달렸다

[기자수첩]2기 스마트스쿨, 글로벌 기업 의지에 달렸다

“지난해 프로젝트 참여 업체를 모집할 때 글로벌 기업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기존에 누리던 기득권을 국내 업체랑 나누기가 싫었던 거죠. 이해는 가지만 상생 의지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멀티 AP 컨트롤러 공통 기술규격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무선랜(와이파이) 업체 한 관계자의 얘기다. 교육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내 무선랜 업계는 최근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든 무선접속장치(AP)와 컨트롤러(AC)가 호환되는 멀티 AP 컨트롤러와 공통 기술규격을 개발했다.

무선랜은 스마트스쿨 구현의 핵심이다. 올해 초 국가 주도 스마트스쿨 사업이 잠정 중단된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콘텐츠 부족이지만 일부 업체의 무선랜 시장 독점, AP와 AC의 호환성 문제로 인한 중복투자 때문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민관이 합동으로 멀티 AP 컨트롤러와 기술규격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선랜 시장 90%를 차지한 외국 업체가 공통 기술규격을 사용하지 않으면 호환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산 AP가 외산 AC와 호환되려면 글로벌 업체도 공통 기술규격을 도입해야 한다.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국내 기업용 무선랜 시장 대부분을 잠식한 글로벌 기업이 국내 업체에 아량을 베풀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스마트스쿨 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결국 글로벌 기업의 욕심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스마트스쿨 사업에서 몇몇 글로벌 기업은 출시도 되지 않았거나 과도기 제품을 공급해 여러 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갈등이 커지면서 소송 직전까지 이른 사례도 있다. 또 중복투자가 비난의 도마에 오른 것도 결국 글로벌 업체 간 지나친 경쟁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기 스마트스쿨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참여와 협조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업 추진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커다란 시장이 열리는 게 궁극적으로 무선랜 업계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