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체감경기 악화에도 정책 큰 틀 견지해야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7월에도 기업체감 지수는 호전이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지 못하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밝힌 600대 기업 기준 7월 BSI도 100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실제 경제 상황이 더 나쁘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은 지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예기치 못한 세월호 참사에, 월드컵 특수 실종, 그리고 수출 기업의 경우 환율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의 빠른 방향성 제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중장기적인 계획까지 수정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불필요한 규제 개혁 등을 내세웠으나, 아직 눈에 보이는 조치는 미흡하다. 그 사이 중소·중견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제조업 육성에 힘 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조업 육성은 미래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제조업은 우리 산업의 근간이다. 세계도 ‘다시 제조업’에 눈을 돌린다. 박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가 ‘제조업과 IT융합을 통한 스마트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제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해외 투자를 억제하고 국내에서 중소·중견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스마트한 생태계 조성을 독려해야 할 때다.

기업 체감 경기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스스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위기를 호기로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지금 오로지 정부의 입만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정부가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