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는 현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과학교육 축소는 현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없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투자를 늘리지 않고, 관리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부르짖는데 정작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담당하는 연구위원 11명을 전부 사범대 교육학과 출신(1명은 과학교육학과)으로 구성했다”면서 “연구위원 중 한명이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과 과학 교육을 왜 강화하냐고 한 것만 봐도 창조경제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을 시켜서 교육과정 개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교육 축소는 이공계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수학·과학 실력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전 학생 나아가 전 국민의 과학적 사고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진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교육단장도 “교육부가 구성한 교육과정개정 연구위원회는 국가경쟁력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면서 “과학기술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미래에 국민의 과학적 소양이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정 단장은 “초중고에서 과학교육을 강화해야하고, 이공계 적성을 가진 학생조차 수학·과학 과목을 기피하게 만드는 입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R&D 예산 증가 둔화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덕환 교수는 “대통령만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하지 정책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예산 증가율보다 더 중요한 내실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노력의 흔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박사는 “R&D 예산 증가가 둔화되고, 큰 예산이 들어가는 벨트 사업 등이 추진되면 기존 사업에서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과학기반의 창조경제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예산안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는 이런 것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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