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힘내라! 아줌마 창업

[기자수첩] 힘내라! 아줌마 창업

단체 급식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남은 반찬을 모두 버리는 모습을 우연히 본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이유미씨가 발끈했다. 멀쩡한 음식을 왜 버리느냐고 묻자 식당 직원은 별걸 다 따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식 아까운 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부의 머리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리 뭘 먹을지 물어 보면 될 일이었다.

사업 아이템을 생각했지만 전업주부가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기엔 녹록지 않았다. 일단 ‘국민의 아이디어를 가치화’한다는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에 들어가 반신반의하며 사업구상안을 올렸다. 며칠 지나지 않아 창조경제타운 멘토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씨의 아이디어는 ‘머글라우’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엄청난 벤처’를 탄생시켰다. 머글라우는 식사량 수요 예측 서비스다. 전국 단체 급식에 보급되면 음식물 쓰레기 비용을 연간 200억원 이상 줄일 전망이다.

스타트업 창업은 공대를 졸업한 20대 젊은이의 전유물로 비쳐질 때가 있다. 언론에 노출된 대다수의 창업자가 젊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가진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탄생하기도 한다. 밥을 남기는 게 아까웠던 주부뿐 아니라 주차공간이 부족해 성가심을 느끼다 창업한 중년 남성도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저절로 창조경제가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미 대표는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사람이 예전보다 수십 배 많아진 비결은 베이스캠프를 위쪽으로 옮겨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거리를 좁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누구나 창업 베이스캠프를 이용하도록 더 지원해야 한다는 비유다.

창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현실은 대부분의 창업 지원책이 만 39세 미만으로 지정돼 있다. 유연하지 못한 사고다.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사업아이템을 공유하는 콘퍼런스도 하나의 대안이다. 더 다양한 사람에게 더 친절한 창업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