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은 당연히 의대나 경영대를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나 금융기관 종사자가 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높은 급여 수준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겠다. 그런데 최근 연봉이 높은 대기업, 금융기관이나 컨설팅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 가운데에도 창업사례가 드물지 않다. 흥미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자녀를 공대에 보내서 졸업 후 창업하도록 권하는 실리콘밸리 부모와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긍정적인 흐름에도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우선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이 크게 부족하다. 많은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창업이란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창업이 활성화된 선진국, 특히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 교과를 중심으로 기업가정신을 불어넣고 있다. 유럽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과정까지 학교 내외에서 체계화된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평생교육 개념으로 어릴 때부터 기업가 정신 함양과 창업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선택과목에 창업과 관련한 내용을 맛보기로 넣는 수준으로 제도교육이 창업을 외면한다. 민간에서 설명식 수업으로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창업과 관련한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시절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기회가 없던 학생들로서는 고도의 불확실성과 자기결정이 필요한 창업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학생뿐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하는 사람도 교육 부족 현상을 겪는다. 상당수는 여전히 제대로 된 훈련과정 없이 창업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창업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경영능력을 비롯해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창업 교육은 특정 기술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교육기관의 편리에 의해 커리큘럼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창업자가 국내시장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선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으로 당당히 도약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
이는 이미 오래된 지적이다. 정부도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쳐왔지만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데는 전문가 부족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해 창업분야의 전문가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예를 들어 초중고 수준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받은 전문가는 매우 드물다. 교사양성 교육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 역시 기술을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창업단계 기업이 세계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보육, 액셀러레이션, 투자 지원 전문가 역시 매우 적다. 최근 정부와 민간이 액셀러레이션 기관들을 설립하고 있지만 이런 곳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창업분야 인력양성은 단지 창업자를 기르는 데에서 벗어나 창업생태계 전반에 걸친 인력양성을 시도해야 할 때다. 창업교육, 창업보육, 엑설러레이션, 투자분야에서 글로벌 시각을 갖춘 전문인력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원수준의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무를 함께 익힐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 drki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