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중견기업 환율고통 금융사가 덜어줘야

세 자릿수 환율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일 원·달러 환율이 6년 만에 처음 1010원 아래로 떨어졌다. 내수 침체로 인해 수출 경기에 기대는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원화 강세에도 상반기 수출은 2836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소·중견기업 덕분이다. 1∼4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8.2%로 대기업(1.0%)을 압도했다. 환율 하락은 이 증가 성과를 송두리째 허문다. 수익성이 악화돼 얻는 것이 없어진다. 환율이 시차를 두고 작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 둔화도 예상됐다.

환율 고통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이 심하다. 대기업은 해외 생산을 늘리고 결제통화를 다변화해 어느 정도 감내한다. 이러한 환 위험 관리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지난 5월 중소기업 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수출 중소기업이 91.5%나 됐다.

물론 환율 하락의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입 원부자재 조달 비용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이 또한 시차가 있어 환율 고통 완화 효과가 미미하다. 무엇보다 모처럼 살아난 중소·중견기업 수출이 환율 직격탄을 맞아 다시 침체될까 걱정이다. 일시적이라도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요구됐다. 고용창출에도 일조한 수출기업이니 지원을 망설일 이유도 없다.

정부는 올해 수출에 중소·중견기업 역할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지원책을 모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을 더 늘리려고 내수에 의존했거나 수출 초기인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무역상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러한 수출 확대 정책도 좋지만 이미 수출 중인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되레 수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수출 금융 지원이 효과적이다. 정부와 금융사는 수출중소기업 대출금 상환 유예를 비롯해 한시적인 각종 금융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금융사가 앞장서야 한다. 아직도 벗지 못한 ‘키코’ 오명을 씻는 기회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