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맞춰 주목할 만한 책이 한 권 나왔다.
‘시진핑의 차이나드림’은 중국의 제5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그의 전략과 생각을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시진핑은 지난 2012년 11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취임한 이후, 주요 회의 및 행사마다 향후 중국이 실현해야 할 비전으로 ‘중국의 꿈’을 천명해왔다.
그가 말하는 ‘중국의 꿈’은 무엇인가? 아편전쟁(1840∼1842년)의 패배를 기점으로 170년여에 걸쳐 중화민족이 겪었던 좌절과 성공의 역정을 총괄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개혁과 중국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시진핑이 목표로 하는 시점은 2기 임기 10년(2022년)이 끝나기 전인 2021년, 즉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해다. 1인당 GDP를 2010년(4394달러) 대비 몇 배로 증가시키면서 GDP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하려는 것이다. 대외무역 총액은 이미 2012년에 미국을 능가했다.
시진핑은 “추가 경기부양책 없이도 연 7%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2021년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코 ‘중진국 정체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지향하는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등 선배 지도자들의 집권 초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돋보인다. 정책 주안점도 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시진핑은 국가안보와 체제 안정, 전방위 국정개혁을 각각 책임질 사령탑으로서, 당·정·군 수뇌부 확대회의의 성격을 갖는 국가안정위원회와 중앙전면심화개혁 영도소조를 새로 창설하고 책임직에 올랐다.
민생·친서민 행보를 위해 경호활동마저 간소화시키고,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형식·관료·향략주의, 사치 풍조 등 이른바 ‘4풍(風)’ 척결 캠페인과 함께 성역없는 사정을 강행해 총서기 취임 후 지금까지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관리만 23명에 달한다. 후진타오 시기 연평균 7∼8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반부패 정책으로 인해, 마냥 즐거웠을 올해 춘제(설날)를 전후로, 관료와 국유기업 간부들은 예년과 다르게 선물과 잔치가 없어 우울한 시간을 보냈을 정도다.
그가 꿈꾸는 보다 현실적 목표는 개혁·개방의 부작용인 빈부격차 해소, 인민 모두가 부유해지고, 의료와 교육 등 공공 서비스를 인민 누구나 균등하게 누리는 것이다. 시진핑은 장쩌민·후진타오 시절, 관심을 덜 받았던 중·하층 인민의 생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 연수 및 공관 근무 9년(타이완 3년, 상하이 6년)의 현지 생활과 중국 데스크 근무 20여년 등 약 30년의 현장 경험과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집필한 중국 문제 전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중국 관리, 주중 교민, 중국동포들과 수시로 접촉, 교류하면서 느낀 생생한 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다.
문유근 지음. 북스타 펴냄. 2만8000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