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럽연합(EU)과 연료전지 자동차 등 5개 분야 표준을 통일한다. 지난해 동남아 5개국을 상대로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의 국제 규격을 제안한데 이어 일본의 글로벌 산업표준화 움직임이 심상찮다.
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지난 2일 브뤼셀에서 전문가 회의를 열고, △ 연료전지차 △의료·간호 로봇 △화학물질 관리 △광물등록 △개인정보 등 총 5개 분야 표준 관련 규정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5개 분야 해당 기업은 관련 통일규격 구체안을 내년 봄까지 내놓는다. 당장 연료전지차의 주요 부품인 수소연료를 넣는 탱크의 형태와 소재의 기준부터 통일한다. 안전시험 절차도 일원화한다.
특히 연료전지차는 도요타자동차가 연내 시판에 들어가는 등 일본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주력 분야다. 오는 2020년이면 일본의 시장규모가 3500억엔, 유럽도 3000억엔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뉴스 해설]
신문은 양측간 표준의 ‘통일(とういつ)’이라고 썼다. 하지만 일본 주력산업의 일방적 ‘진출’로 읽히는 기사다.
주요 협의 분야를 보자. 연료전지차와 로봇 모두 이미 일본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대표 산업군이다. 작년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 국제 규격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한 품목 역시 ‘가전’이었다. 일제 가전제품 수준은 동남아의 그것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절대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국제 표준의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어느 쪽의 규정이 더 엄격한 것인지 여부다. 일본은 어떤 산업의 자국 표준이 세계 시장에서 보다 범용화돼 있는지 잘 안다.
이번 일·EU간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당장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는 자국용으로 만든 연료전지차 생산라인을 크게 손 안대도, 유럽 판매용으로 전환 가능하다.
올해 첫 출시 예정인 연료전지차의 시판가는 700만엔이나, 규격 통일로 생산 비용이 내려 가면 판매가도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의료·간호용 로봇은 오작동시 환자 등 사용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국제규격 통일에 힘이 실리는 분야다. 로봇의 성능이나 소재, 안전시험법 등에 대한 양측의 기준이 일단 정해지면, 이에 대한 도입을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도 적극 요구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복안이다.
<주요 차세대 분야별 국제표준 주도국 현황>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