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계 최초로 고려대의료원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의료기술 특허를 활용, 벤처 창업 지원에 적극 나선다. 홍릉을 중심으로 한 의료바이오 벤처 클러스터 구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대형 종합병원을 보유한 의료원이 의료기술 사업화 지원에 나서면서 열악한 국내 의료기기와 제약·바이오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3일 고려대의료원은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고려대 의료기술지주주식회사’를 설립,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는 연구로 확보된 특허를 활용, 사업화를 추진한다. 이미 의료기술지주 아래 바이오와 의료기기 벤처 자회사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은 “연구중심 병원으로 성장하는 고려대의료원은 연구로 획득한 특허를 활용, 사업화해 수익을 확보하고 다시 연구에 재투자하기 위해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며 “지주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연구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회사는 KU-KIST 융합대학원, 고려대 이공계 대학과 연계해 IT와 BT를 연계한 융합의료기기 개발 벤처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홍릉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예정인 메디컬 바이오 벤처 클러스터와도 연계한다. 고려대의료원은 홍릉 지역에 위치한 산·학·연·병을 연계, 대규모 의료 클러스트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이 부원장은 “올해는 교수 창업을 적극 지원, 연구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특허를 확보, 사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의료원과 IT업체 간 협력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한 사례는 있지만, 직접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연세의료원이 LG CNS, 인피니트 헬스케어 등과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2012년 연세의료원은 KT와 합작으로 후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012년 SK텔레콤과 헬스커넥트를, 전북대병원도 지난 4월 일반기업과 공동으로 기술회사를 설립했다.
고려대의료원이 합작회사가 아닌 직접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것은 대학과 병원이 보유한 특허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벤처 창업을 지원하고 병원의 임상시험과 연계, 수익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의료기술지주회사 통해 단순한 연구중심병원이 아닌 상용화가 가능한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