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등 법규 위반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결정이 지지부진하다. 금융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는 KB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건과 국민주택채권 횡령 건 등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위원회는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민병덕 전 행장 등이 참석해 소명을 하고 심의위원과 질의응답만을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큰 결정 없이 마무리됐던 제재심의위원회는 3일에도 중요한 안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 결정되지 못한 안건과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주전산장비 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시스템 문제 등은 오는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권 제재와 관련해서는 KB국민은행 건 이외에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검사결과 후속조치, 하나은행 KT ENS 사기대출 건 등 현안이 많다. 하지만 금융당국 제재심의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감사원이 제동을 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가 발목이 잡히면서, 다른 안건들은 심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KB금융지주, 국민은행 안건과 관련해 제재대상자의 소명청취와 질의응답 심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날 최종 제재수위가 나올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칫 17일에도 제재가 결정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200여명에 달하는 금융회사 임직원 징계가 확정되는 듯하더니 계속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개별 금융사는 조직 운영과 관리에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혼선을 감안, 추가 제재심의를 보다 압축해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17일 정기 제재심의위에서 협의가 부족할 경우 신속한 처리를 위해 24일에 별도 추가 회의를 개최하는 안도 타진중”이라고 말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원칙대로 제재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 의견으로 (제재를)미루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소명을 듣고 제재심의위원회의 절차에 따라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