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100만시대다. 대한민국 청년실업률은 올해 10%를 훌쩍 넘어섰다. 취업의 꿈을 안고 이력서를 내지만 서류전형이라도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쇼크로 인한 ‘백수’ 양산이 지구촌 전체 문제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용이 갖춰졌다.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청년을 대한민국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큰 효과를 촉발할지 단언하긴 아직 이르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1년이 경과한 지난 5월, ‘성과 점검 및 확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청년창업 문제도 메인 이슈로 부상했다.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청년기업가정신 약화와 의식 부족, 시장측면에서의 자유경쟁 여건 부족, 해외진출 역량 부족 등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자금과 지원방안에 힘입어 20~30대 청년 백수들이 창업대열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긴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미운오리새끼가 백조가 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청년 창업 생태계 어디까지 왔나
지난 1년간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부처는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지원 자금을 풀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을 통해 연간 3000여명의 젊은 창업자를 발굴, 아이디어 사업화와 보육기반 투자연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는 처음으로 2만개를 돌파했다. 투자부문도 급변하고 있다.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전문엔젤제도가 도입되면서 엔젤클럽수가 큰 폭 증가했다. 여기에 성장사다리 펀드 등 3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계획이 수립되면서 청년 창업 생태계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기업도 발 벗고 나섰다. 포스코, SK, 현대 등 대기업과 은행권 중심으로 독자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의 벤처 파트너스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팀을 단기 육성 캠프로 지원하고, 향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각종 펀드 유치와 사후관리 지원방안을 내놨다. 대기업이지만 창업보육자와 엔젤투자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SK플래닛도 IT관련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교육, 개발비, 마케팅, 공간 등 개발 인프라 제공과 T-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IT전문가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다. 기업 특성에 맞는 모바일 창업을 지원한다. 은행권 또한 청년창업재단을 통해 신규 창업기업의 인프라구축과 네트워킹, 보증투자, 재창업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 정주영창업캠퍼스가 16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와 민간기관에서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범 사례를 꼽으라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D.Camp(디캠프) 등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2011년 3월 설립돼 안산, 광주, 경산, 창원, 천안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39세 이하의 예비창업자와 창업 후 3년 미만인 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약 260억원의 연간 예산으로 1억 이내의 개발자금 지원, 창업사무실과 제품개발실 등 공간제공, 전문가와의 일 대 일 전담코칭, 정책 융자·투자 등 연계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총 679명의 청년 CEO를 배출했다. 제이디사운드의 김희찬 대표(37세), 현대차 1차벤더로 보행안전장치를 개발한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김구현 대표(38세), 앵그리버드 앱북 개발사 퍼블스튜디오의 이해원 대표(34세)가 이곳을 거쳐 갔다.
디캠프도 온·오프라인 청년창업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액셀러레이터의 핵심기능인 멘토링과 보육 부문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바텀 업 방식으로 매주 국내외 창업 선배가 진행하는 참여형 멘토링 ‘디멘토’, 매월 열리는 스타트업 공식 무대인 ‘디 데이’, 창업을 목전에 둔 학생이나 직장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디시전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 11월 개최할 세계 창업계의 정상회담격인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미트 2014’를 서울에 유치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청년 창업=자영업 양산’ 굴레 벗기 위해선
최근 몇 년간 연령대별 창업 추이를 보면, 대체로 50대와 60대가 다수다. 30세 미만의 청년창업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 이면에는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국가기관, 공기업,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청년 CEO의 비중이 2000년대 초반 32.4%에서 최근 11.6%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글로벌창업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실패 우려로 창업을 주저하게 하는 비율이 43%로 미국의 32%, 중국의 36%에 비해 매우 높다. 도전의식 결여다.
또 하나는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기회형 창업은 부진하고, 시니어의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양산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기업 독점 등에 의해 내수시장에서 자유 경쟁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창업을 도모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언어와 네트워크, 자금 등 여러 부문에서 청년창업자들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적절한 자금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각 부처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자금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정책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책 실효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고위험-고수익의 기회형 창업에 필요한 안전망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인적네트워크 강화가 해결 과제로 떠오른다. 전국 대학에도 창업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주된 기능은 사무실 대여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의 태도가 창업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청년창업생태계를 수년간 연구해온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의 점진적 전환, 청년창업 지원관련 평가방식의 개선, 자금지원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라며 “청년창업 지원 채널을 통합하고 해외창업자와 해외투자자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요즈마펀드가 주는 교훈
벤처투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는 글로벌 벤처 붐이 시작된 1993년에 새로운 벤처캐피털시장 육성을 목표로 출범했다. 창업 초기 첨단기술 벤처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자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5년간 1회 투자 방식으로 운영돼 1998년 종료됐다. 왜 요즈마펀드가 성공사례로 꼽힐까. 바로 모험투자를 자극할 수 있는 ‘업사이드 인센티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시장 친화적으로 민간참여를 유도했다. 정부 출자지분을 민간 캐피털이 5년 안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제공, 민간참여를 촉진시키고 향후 민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했다. 요즈마펀드는 외국 벤처캐피털 참여를 의무화해 벤처캐피털시장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뤘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10개 요즈마펀드에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의 외국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창업 기업이 성공할 경우, 정부지분을 민간으로 이전해 민영화하는 등 초기창업에 민간 참여를 적극 유인할 방책이 있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