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청년창업 생태계는 낙인효과라는 게 있다. 실제로 유망한 예비창업자나 청년창업기업들이 벤처캐피털 등 시장 자금투자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을 꺼린다.
반면에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는 민영화 또는 인수합병(M&A) 추진, 외부자금 유치 등과 같은 회수전략을 강화해 민간 중심 벤처캐피털 시장을 발전시켰다. 콜옵션 등 민간과 정부가 비대칭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해 향후 창업기업이 성공하면 정부지분을 민간으로 이전해주는 등 유인책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해외 선진국의 창업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세밀한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창업자의 꿈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미국은 혁신형 기업이 직면하는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도록 국가 차원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정부의 역할과 민간을 구분해 경쟁력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양성하고 있다. USABE(미국중소기업협의회)가 대표적이다. 대학과 기업, 비영리단체, 공공단체 등 1000여개 단체가 멤버로 참여한 전문 학술단체다. 대학생들의 창업교육과 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USABE LAUNCH’ 과정을 운영한다.
선발기준도 독특하다. 우선 지속적인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해 기본역량을 배양한 후, 자신이 발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심사위원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최종 심사에는 사업계획서 평가가 이뤄지는데, 계획서를 제출하는 시기에 참가자는 이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이해도가 매우 높아진다. 민간주도 기관 ‘Plug and Play Tech Center’는 교육, 멘토링, 자금지원, VC와의 네트워크 연계 허브 역할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기술창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글, 페이팔, 드롭박스 등의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미국은 이처럼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실행 방안 또한 이원화했다.
핀란드의 창업지원 사업도 눈여겨볼만하다.
핀란드 정부는 2010년 공학, 디자인, 경영학 등 다양한 학제간 융합을 통한 인재육성을 위해 ‘알토(Alto) 대학’을 신설한다. 창업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알토기업가정신센터를 설립했고, 신생기업과 해외 VC 연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1년 노키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해고직원의 창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정부 산하에는 ‘기술혁신청(Tekes)’을 두어 창업자에게 자금과 수출기업화, 기술혁신 등을 지원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Tekes가 지원하는 기업규모는 연간 1640개 프로젝트에 달하며, 이 중 근로자 5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72%다. 이 기관이 투자한 기업 5000여개 중 파산율은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스라엘 등 해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VC규모와 초기기업투자, 자금회수 통로 등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적합한 유망창업자 선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국내 창업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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