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터넷 사용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에 따라 정보 삭제 조치에 나섰으나 대중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구글의 대응 조치로 유럽판 구글 검색서비스에서는 유명인에 대한 비판적 정보들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나 인터넷 상의 잊혀질 권리가 부유층과 권력자를 위한 ‘정보세탁’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은 구글의 고객 요청 반영 조치로 비판적인 과거 기사들이 검색창에서 삭제되자 잊혀질 권리가 언론 검열에 악용된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BBC는 무책임한 투자로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스탠 오닐 전 메릴린치 최고경영자를 비판한 경제담당 부장의 2007년 블로그 링크를 차단했다는 통보를 구글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또 외신에 따르면 1999년 변호사협회장으로 선임된 로버트 세이어의 막말을 비판한 내용 등 기사 세 건이 차단됐다.
가디언은 자사 기사 6건이 구글 검색창에서 삭제됐다며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언론은 구글이 유명인사와 관련한 비판적인 기사 정보를 삭제하면서도 어떤 사유로 누구의 요청을 받아 삭제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정보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구글은 지난 5월 ECJ 판결 이후 유럽 사용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검색결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별 신청건수는 프랑스가 1만4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1만2000건), 영국(8500건) 등의 순서다. 삭제되는 링크는 요청 1건당 평균 3.8개이며 총 25만건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삭제 요청은 늘어나고 있지만 구글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대중의 알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구글이 오판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셈이다. 구글은 이에 대변인을 통해 “유럽법원이 명령한 잊혀질 권리 반영을 위해 정보보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사용자 의견을 계속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독일 정부는 잊혀질 권리를 전담하는 특별법정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자동 삭제 절차가 도입되면 정치인이나 유명인에 관한 보도는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라도 사용자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인터넷 업계 전문가는 “이번 판결에서 사업자가 개인정보 관련 불만을 접수했을 때 타당성을 따져 삭제하도록 했다고 해서 잊혀질 권리를 강제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