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투명한 보조금으로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는 단통법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6일 관계부처와 이통 3사에 따르면 방통위가 고시 발표를 앞두고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대로 올리고 △그 안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기준을 다시 정하는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기간마다 이통사 가입자 모집 전략이 실시간으로 수정돼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시장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래부가 가계 통신비와 출고가 인하 유도를 이유로 보조금을 동결하자는 방침이었지만 방통위는 경쟁상황 개선과 제조사, 유통가 활성화 차원에서 전체 보조금 규모를 소폭 늘렸다”며 “변수가 없는 한 보조금 상한은 30만원 초중반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간 상한선 안에서 분기나 연간별로 보조금 상한을 방통위가 다시 제시하는 것도 고시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장대호 방통위 통신시장조사 과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단말기 보조금 상한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상한선의 기본적인 의미는 최대치”라며 “시장 변화가 급격한 만큼 시행에 2~3개월 걸리는 고시보다는 방통위 의결로 세부 상한선을 매번 정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 상임위원별로 보조금 상한 기준과 의견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시장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높아 최대치 안에서 그때그때 위원회 의결안건으로 보조금 상한 기준을 다시 정하는 안이 급부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이 과열되면 보조금 기준을 억누르고, 식으면 다시 이를 올리는 탄력 운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로서는 규제 권한이 강화되는 셈이지만 이통사들은 시장 혼란을 우려했다. 1위 사업자와 3위 사업자 간 온도차는 있지만 규제 환경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은 동일하다.
이통사 한 임원은 “규제 기준이 왔다 갔다 하면 이통사가 정부 눈치를 과도하게 볼 수밖에 없어 편법 영업이 활개를 칠 가능성이 크다”며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이통사, 제조사, 유통업계가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보조금 상한선의 탄력적 운영이 실효를 보려면 전국 단위를 커버하는 센싱(Sensing, 감지능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주 단통법 고시안을 위원회에 보고한다. 당초 상임위원 의결을 거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고안건으로 정리됐다. 보고안건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대로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고시를 보고안건으로 올린 것은 정책을 실무진에서 기획한 대로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한선 등 고시 내용 윤곽이 대부분 잡혔다”며 “위원회 보고가 끝나면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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