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지원자금 2조원 `눈앞`...기술기반 기회창출형 창업은 부진

정부가 지난해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은 후 투입된 지원 자금이 2조원에 육박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 등 부처별로 청년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부처별 청년창업지원 자금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께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성장사다리펀드 중 청년창업 관련 펀드금액까지 합산하면 약 3조원의 자금이 청년창업 지원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지원은 역대 최대 규모에 육박하지만 청년 최고경영자(CEO) 비중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00년 32.4%이던 것이 올해는 11.6% 수준이다. 청년들은 실패 우려로 창업을 주저하는 반면에 고용현황이 나빠져 고연령 생계형 창업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는 지원 기관의 우량기업 편중 지원과 자금 수요 파악 없는 자금 집행 등 관행적이고 전시적 사업 추진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청년창업 지원에 내실을 기하려면 정부 통합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기회형 창업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를 발굴·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부처 지원사업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례가 많아 정책 일관성이 결여되고 실효성 또한 저하될 가능성이 많다”며 “이로 인해 정부 차원의 자금운용은 보수적인 태도를 지속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기회형 창업 비중을 낮추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기술 중심 고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기회형 창업비중은 부진하고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아 자영업자 양산이라는 또 다른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글로벌창업모니터가 발표한 국가별 창업분석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혁신주도형경제로 분류되지만 생계형 창업 대비 기회형 창업 비중은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16.4, 스웨덴 11.1, 미국 2.8, 일본 2.6, 대만 2.8 등 혁신주도형경제의 평균인 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년창업의 투자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적절한 자금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디어 등에 기반을 둔 ‘고위험-고수익’ 기회창출형 청년창업 기업을 적극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청년창업 지원채널은 부처별로 산재해 있어 관련부처를 통합한 창업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등 창업기업의 성장을 금융, 비금융 관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창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실행방안으로는 해외창업자와 해외 투자자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세제지원과 해외투자자 참여 전용펀드 도입, 청년창업 기업의 인적·물적 네트워크 확대 기회 제공 등이 꼽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