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풀HD LCD TV시대의 종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 ‘가변형 초고화질(UHD) LCD’ TV와 ‘곡면 UHD OLED’ TV를 출시한다. 두 제품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평면 풀HD LCD TV와는 적게는 두 단계 많게는 세 단계 진화했다.
삼성 제품은 평면에서 곡면을 거쳐 평면과 곡면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가변형으로 발전했다. 화질도 풀HD에서 4배 더 선명한 UHD다. LG 제품도 ‘평면→곡면’ ‘풀HD→UHD’ ‘LCD→OLED’ 등 확연하게 진화했다.
양사는 두 제품 출시 후 유례없는 마케팅 전쟁을 펼칠 전망이다. 종전에는 양사가 소니 등 일본업체와 동일한 제품군을 내놓고 서로 눈치속에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시장 리더들의 경쟁적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TV시장 트렌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는 다르게 전개된다. ‘UHD’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가변형’, LG전자는 ‘UHD를 OLED에 구현(UHD+OLED)’해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곡면 TV에 대한 시장 매력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근 판매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출시 초반인 2월 국내에서만 매주 100대가량 판매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도 뛰어난 몰입감을 언급하며 곡면 TV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후 곡면과 평면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가변형 TV의 강점을 적극 알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은 평면으로,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은 역동적인 영상을 원할 때는 곡면으로 전환해 볼 것을 제안할 전망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TV가 휘어진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평평한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며 “가변형 TV는 평면과 곡면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기능에 초점을 뒀다면 LG전자는 ‘화질’이다. 꿈의 화질을 구현한다는 OLED TV에 현재의 풀HD보다 4배 더 뛰어난 UHD 화질을 결합한다. LG전자는 그동안 OLED TV의 우수성을 적극 알려왔다. 명암비·색재현율·응답속도·시야각이 뛰어나 LCD TV, 심지어 UHD TV와는 다른 화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OLED TV의 호평을 알리며 적극 마케팅을 펼쳐왔다. 시장이 아직 확실히 열리지 않았음에도 가격을 대폭 내린 점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1만5000달러에 출시한 제품이 최근 인터넷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 4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는 OLED TV에 대한 LG의 확신 결과로 본다. 경쟁사들이 OLED TV에 대해 회의적일때에도 LG전자는 OLED TV의 끈을 놓지 않았다. UHD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둘은 화질(UHD)과 패널(OLED)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꿋꿋이 개발에 매진했다. 하현회 LG전자 사장은 “TV 패널이 CRT에서 LCD로 진화했듯이 어느 순간 OLED로 대체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사의 차별화된 전략의 승패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 고객이 어느 제품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반 가격 측면에서는 삼성 가변형 TV가 유리해 보인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가변형 UHD LED TV 가격은 대략 곡면 UHD LED TV보다 20% 안팎 높을 것으로 알려진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85인치 제품은 가격대가 매우 높게 형성되겠지만 크기를 줄인 보급형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대에 나올 수 있다. 현재 곡면 UHD TV 가격은 아마존닷컴에서 2000달러선(48·55인치)까지 내려와 있다. 일반 TV 대중화 가격 마지노선은 300만~400만원이다.
반면 LG UHD OLED TV의 가격대는 삼성 가변형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OLED TV 가격이 최근 큰 폭 하락하며 4000달러까지 인하됐지만 OLED 패널로 UHD TV를 구현하는데는 상당한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되며 이는 가격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에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지만 시장 수요와 OLED 수율 등을 고려할 때 크게 내려가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OLED에 주춤하고 곡면·가변형에 집중하는 사이에 LG가 OLED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 같다”며 “가격, 마케팅, 제품 브랜드 인지도 등에 따라 시장 주도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