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타이어 원료 ‘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 수요 부진이 2년째 지속돼 석유화학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SSBR 생산업체는 추진하던 생산설비 확대를 보류하고, 가동 중인 공장을 전용하는 등 수요부진 대책을 펼치고 있다.
연산 8만4000톤으로 국내 최대 SSBR 생산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계획했던 추가 10만톤 공장 증설을 잠정 보류했다. 전체 SSBR 공장 중 6만톤 규모는 그대로 SSBR를 생산하고, 나머지 2만여톤 규모 공장은 골프공과 신발 등 재료로 사용되는 네오디뮴부타디엔고무(NdBR) 생산설비로 전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6만톤 규모 공장을 건설해 뒤늦게 SSBR 시장에 뛰어든 LG화학은 수요부진 상황에서 공장을 올린만큼 거래처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일부 타이어 공장에 SSBR을 공급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연구소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6만톤 공장 중 대부분은 SSBR이 아닌 범용 부타디엔고무(BR)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SSBR 수요 부진에 대비해 공장에서 BR를 대체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석유화학업계는 SSBR 수요 부진 원인으로 미국이 타이어라벨링 제도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초 지난해 5월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던 미국은 이를 1년 연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하반기에 돌입했지만 아직까지 타이어라벨링 제도 도입 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SSBR는 회전저항력과 젖은 노면 접지력 등이 기존 범용 합성고무보다 좋아 고효율·친환경 타이어의 원료로 사용된다. 지난 2011년 타이어라벨링 제도가 도입된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이 지역 소비자들의 고품질 타이어 수요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국내에도 지난 2012년 타이어라벨링 제도가 도입됐으나 아직 SSBR를 주원료로 만든 고효율 타이어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타이어라벨링 제도 도입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생산업체가 당초 발표했던 증설 계획을 미루면서 공급과잉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수요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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