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속화의 페달, 경제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 등으로 불리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은 소프트웨어(SW) 이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SW 경제규모는 약 400조원인데 이 중 약 10%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그 증가 추세 또한 가파르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SW 패키지를 구입해 PC에 설치함으로써 시스템을 구축·관리해 왔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선 그 비용을 줄이면서 업무 효율성은 높일 수 있다. 또 SW 공급자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공급하게 되면 그 유통 상태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이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는 SW 유통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불법 SW 사용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기대 만큼 효과적이지 않고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발도상국형 기술이 아니라 선진국형 기술이어서, 그것이 불법 SW 사용을 막는 데 기여를 한다면 그것은 이미 불법 SW 사용률이 낮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클라우드를 통한 SW 공급은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82% 수준이지만,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18%에 불과하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이를 증명해준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이용 권한을 불법으로 공유함으로써 잠재적인 라이선스 남용을 가져올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클라우스 서비스는 개별 이용자에게 소프트웨어 이용 권한을 부여한다. 이용자는 이 권한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많은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권한을 공유하고 있다.
BSA에 따르면 기업용 클라우드 SW 이용자 중 52%는 이용 권한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 중 62%는 공유를 자주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그중 18%는 심지어 회사 외부인들과도 이용 권한을 공유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용 권한의 공유 비율과 불법 SW 이용률 간에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법 SW 이용률이 높은 국가에서 클라우스 서비스 이용 권한의 불법 공유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 권한을 불법으로 공유한다고 인정한 사람들의 수가 중국, 인도, 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75%에 이른 반면에 덴마크, 핀란드,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40%를 밑도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일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이용 권한의 불법 공유 역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에서 구매한 SW 라이선스 수량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를 ‘언더 라이선싱(Under-licenseing)’이라고 하는데,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와 비슷하게 기업에서 구매한 이용권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SW를 이용하는 언더 라이선싱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SW 공급업체들은 불법복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클라우스 서비스를 통한 SW 이용 권한의 불법 공유라는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그간 SW 지식재산권 보호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와 국민들의 자발적인 의식 개혁을 기반으로 신장돼 왔다. 클라우드 시대에 기술은 혁신적인 변화를 맞게 되겠지만, 언더 라이선싱 문제는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SW 이용에서 어떤 기술, 어떤 방식을 채택하는지가 아니라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은 이용자 의식을 얼마나 더 성숙시키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 miju0704@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