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소비자 1800여명이 연비를 과장한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연비 관련 집단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소송 대상 자동차가 국토부와 산업부에서 각각 다른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천하의 솔로몬 왕이라도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어느 한 쪽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상황을 꼭 ‘혼란’으로만 봐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소비자 권익 보호의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이다. 연비 과장 사태를 ‘산업부-국토부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시선의 기계적 중립성이 답답할 때가 있다. 사안의 본질을 가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비 과장에 대해 미국에선 천문학적 보상금을 지급하면서도 국내에선 아무런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납득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연비 사후관리를 강화한다고 나선 것이 꼭 산업부 업무를 뺏어오기 위한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을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그때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물론 두 부처가 합의되지 않은 연비 사후검증 결과를 각각 발표해 국민적 혼란을 야기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정작 ‘연비 표기 현실화’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어서다. 집단소송 과정을 지켜보고 제조사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연비 과장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확실히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연비 검증 방법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우리 몫이다. 이왕 벌어진 혼란, 연비 규제를 현실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