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부양장치로 비정질 금속 생성원리 밝혀

국내 연구진이 정전기 부양장치를 이용해 신소재로 각광받는 비정질 금속의 생성원리를 밝혀냈다. 철강, 항공우주, 핵융합 등 최첨단 산업분야의 핵심 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근우 박사팀이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통해 구리-지르코늄(Cu-Zr) 금속에 레이저를 쏘고 있다.
이근우 박사팀이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통해 구리-지르코늄(Cu-Zr) 금속에 레이저를 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 이근우 박사팀은 결정-액체 계면에너지가 클수록 비정질 금속을 쉽게 만들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고체 금속을 용기에 담아 고온에서 액체 상태로 만든 뒤, 급랭하면 유리와 같은 액체구조의 비정질 금속이 만들어진다. 비정질 금속은 강도와 탄성이 크게 높아져서 변형이 용이하다. 가벼우면서도 철이나 티타늄보다 강도가 세고 다양한 주조가 가능해 스포츠 용품부터 특수 우주용 부품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원하는 용도로 비정질 금속 소재를 쉽게 만들려면 비정질 금속의 생성 메커니즘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금속을 녹이는 과정에서 금속을 담은 용기가 같이 녹거나, 금속과 용기가 접촉해 금속 자체의 물성변화만 측정하기가 어려워 명확한 생성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금속과 용기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정전기 공중 부양장치’로 금속만 공중에 띄우는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정전기 공중 부양장치 안에 금속시료를 놓고 금속 무게만큼의 전기장을 걸면 금속이 공중 부양한다. 이때 레이저를 쏘면 금속을 부양한 상태에서 고온의 액체로 만들 수 있다. 이후 어는점 이하에서 과냉각 액체 상태를 유지하면서 고체 결정으로 변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계면 에너지가 클수록 고체 결정으로 변하는 시간이 길어져 비정질 금속이 효과적으로 생성됨을 확인했다.

이근우 박사는 “그동안 비정질 금속의 생성원리를 몰랐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기존에 누적된 실험데이터를 추상적으로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세계 최초로 과냉각 상태에서 비정질 생성원리를 규명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비정질 금속 제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 신기술 융합형 성장동력사업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