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경 내용 중에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광야에서 5000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 광주리의 빵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도 하는 이 이야기를 적지 않은 사람들은 예수가 나눔의 기적을 행한 결과로 해석한다. 당시 군중들은 각자 자신이 먹을 것은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한 소녀가 자신의 소중한 음식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예수가 모든 군중에게 나눔의 정신을 깨우쳐줬고, 그 결과 모든 군중이 나눔의 정신으로 하나가 됐다. 한마음으로 소통된 결과, 모든 이는 만족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정부3.0을 보면 참여·공유·개방 그리고 소통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참여·공유·개방은 컴퓨터 분야에선 지난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웹2.0의 철학이고, 소통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들이 표방하는 목표다.
사람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기는 하지만 SNS를 이용한 참여·공유·개방의 실현을 웹3.0 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정부3.0은 웹3.0의 철학을 국정 전반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웹서비스 분야 전문가라면 잘 아는 바와 같이 웹2.0이나 웹3.0은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전략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애초 거액의 돈을 들여 목표한 양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네티즌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수익 모델을 잡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참여·공유·개방을 전략이 아니라 목표로만 착각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의 단적인 예는 실적에 급급해서 무분별하게 개방되고 있는 무용한 대국민 서비스 정보들이다. 즉 정보의 개방·공유는 개방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개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더 많은 지식 획득을 지향한다. 국민들이 국정 운영에 보다 적절하고, 건설적인 조력자로서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보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구성원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공유와 개방은 자신의 경쟁력 약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공들여 수집하고 정리한 고급자료가 사안에 따라 조금만 수정하면 동료 연구원들에 의해 훨씬 수준 높은 보고서로 재가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동료들보다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돋보이게 하는, 그리고 같은 연구를 수행하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부당한 불로소득을 안기는 공유·개방이 분명히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내가 만난 한 전문가는 이런 것을 심지어 국내 전문 분야 종사자들의 문화라고까지 단정했던 기억이 난다.
앞서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보듯 개개인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지식 자산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본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양식과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고 개방하지 않음은 인정해야 할 문화가 아니라 나눔의 정신이 부족한 소치이지 않을까. 나눔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보다 큰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의 소중한 음식을 조건 없이 내놓았던 그 소녀가 우리 전문가들의 바람직한 자화상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나눔의 정신이 통하게 된다면 참여·공유·개방·소 통은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관리에서도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양재동 전북대 교수 jdyang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