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이유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수익을 포기하면 자본력을 앞세운 통신사들이 제살 깎기 경쟁까지 불사할 테니까요.”

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한숨 섞인 걱정이다. 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것은 당연할진대 혹시 이익을 포기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요즘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 물을 흐릴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통신사가 수익을 잠시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통사 알뜰폰 시장 참여는 전체 이통 시장 6%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를 키운 알뜰폰 업계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강한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의 등장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기존 가입자 확보 경쟁방식을 알뜰폰 시장에도 고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신사들은 그간 휴대폰을 팔며 웃돈을 얹어주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을 펼쳤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부 이용자가 보조금 혜택을 쓸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이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다. 바로 정상적인 영업을 기반으로 가입자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심하며 이통 자회사 알뜰폰 사업을 받아준 것에는 이들의 시장 참여가 전체 가계통신비 인하와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통사들이 기존 MNO 시장과 연결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산으로 알뜰폰 가입자 모집에 나선다면 정상적인 영업이 아닌 편법, 출혈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기존 중소 사업자들이 어렵게 일궈 놓은 시장을 밟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소비자 후생까지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통사는 “수익을 챙기라”는 시장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