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기대가 높았으나, 예기치 못한 세월호 참사로 경기활성화 단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다행히 무역은 월간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성장을 지속, 내수침체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한 국가의 무역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이처럼 개별기업의 차별적인 경쟁력뿐 아니라 기업 외생적인 요인인 환율, 이자율, 주변국의 경제정책·경기 그리고 국가적 산업 인프라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수출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도 무역 인프라의 경쟁력은 무역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무역 관련 부대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시 상공부와 한국무역협회가 국제적으로 도입단계에 있던 EDI를 무역에 적용했다. ‘종이 없는 무역(Paperless Trade)’ 실현을 목표로 무역자동화 추진을 전담할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이 설립된 것도 그때다. 무역업체가 수출입을 위해 수십 가지의 종이서류를 작성해 정부, 상공회의소, 은행, 선사 등 무역유관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EDI 전자문서를 활용해 무역절차를 간소화했다.
초기에는 무역업체들의 참여가 시들해 사용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급격한 IT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자동화설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초기자금을 투자한 무역협회가 자회사인 KTNET에 자금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무역인프라를 관리하는 공적인 성격의 기업이지만 형식상으로 주식회사인 KTNET에 대한 지원은 증자로만 가능했고, 그 결과 KTNET은 수익성은 낮지만 자본금은 750억원이나 되는 기업이 됐다.
2002년부터는 기존 EDI 중심의 무역서비스를 인터넷 서비스로 전환하고, 상역·금융·외환·물류·통관·대금결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유트레이드허브(uTradeHub)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전자무역 시스템을 갖췄다. 수출서류매입 전자화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무역자동화법률을 전면 개정해 ‘전자무역촉진법’을 발효하고 상법을 개정해 선화증권을 전자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으로 2010년 수출기업이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이네고(e-Nego)’서비스 시범사업도 성공했다.
선사와 수출기업, 수입업체, 수출지 및 수입지 은행이 모두 유트레이드허브에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전자무역서비스를 완성단계로 끌어 올린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 꼽힌다.
한국으로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국가들이 우리 전자무역을 배우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몽골, 리비아, 칠레 등 많은 국가에 우리나라 전자무역 및 통관시스템이 이미 수출돼 세계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세청 국가통관시스템, 국토부 물류시스템 등과 긴밀한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 기간시스템 안전성 강화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전자무역을 위해 투입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줄잡아 600억원을 넘고 이것을 유지보수하는 데만 연간 100억~12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추가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관리비 등을 합치면 최소한 연간 150억원이다. 이 같은 필요 운영재원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전자무역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혜택을 보는 수혜자인 수출입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순리다.
무역 2조달러,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 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국가전자무역서비스에 대한 무역인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정윤세 단국대 교수(무역학과) sayje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