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보다 협력사가 더 걱정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 후폭풍이 거세다. 주가는 하락했으며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도 내려잡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도 관심을 보이며 원인 분석과 예측에 한창이다. 중국 시장 부진과 원화 강세 탓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 수출과 흑자를 홀로 이끌다시피 하는 기업이기에 삼성전자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삼성전자가 아닌 협력사다. 특히 수익 악화가 집중된 IM(IT·모바일)부문 협력사들이 받을 충격이 크다. 일부 협력사들은 동반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걱정한다고 한다. 삼성전자 판단 착오가 이 회사에 그치지 않고 그 불똥이 협력사까지 튄 격이다.

협력사들이 스스로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협력사들은 삼성전자 판단만 믿고 따라왔다. 갤럭시S5가 나오기 전에도 삼성전자가 요구한 부품 발주량이 과도하다고 봤지만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사실상 전속 관계인 탓이다. 주문량을 갑자기 확 줄여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벙어리 냉가슴’으로 속으로만 삭힐 뿐이다.

부품업체들은 원도급 업체의 실적에 따라 울고 웃게 마련이다. 삼성전자 협력사만 해도 갤럭시S 이전 시리즈가 잘 팔릴 때 덕을 봤다. 그렇지만 무조건 한 회사만 공급해야 하는 상황은 늘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부품 협력사들은 거래를 다변화하고 싶지만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다른 곳과 거래하는 순간 공급이 끊길 판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정부가 나서 대기업이 공급망을 폐쇄적으로 관리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급물량을 미끼로 이윤을 적게 주는 것도 모자라 전속 거래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부품 협력사들이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력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관계를 원한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실정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기업이 정부 개입 이전에 스스로 이를 개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