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벤처기업 수출이 위축돼 우려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얼마 전 접했다. 일부 오해의 소지를 풀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벤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 글을 쓴다.
정부는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벤처를 인식하고 벤처기업 창업 및 성장을 위한 정책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1998년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벤처 토양은 열악했고 벤처의 개념조차 생소했다. 이 제도를 통해 벤처 고유특성을 보유한 기업을 선별해냄으로써 (초기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지원 대상자가 명확해지는 특성을 갖게 됐다. 벤처확인제도는 기업 실사 및 심사를 거쳐 이뤄졌으며 2년의 유효기간을 뒀다.
벤처확인기업 모집단 안에는 연도별 혹은 월별로 신규 진입하는 기업과 졸업 예정기업이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규모나 업력, 업종 등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의 특성과 졸업 기업의 특성에 따라 모집단 변화가 다른 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일례로 2013년 12월 말 벤처 확인기업 2만9135개사 중 전년도 모집단 대비 신규 진입기업은 7775개사, 졸업 예정기업은 6833개사였고 재진입까지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매년 약 30%의 변동성이 있다. 따라서 모집단 변화 고려 없이 수치만 해석하면 사실에 대한 착시나 왜곡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3년간 벤처 확인기업 대비 수출기업 수(약 8000개 안팎)와 비중(약 29%)은 연도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벤처 확인기업 중 ‘창업 5년 이하의 수출 기업’ 비중은 상당히 증가(2011년 13.2%→2013년 27.4%)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청년 실업률 증가와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업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창업 초기기업이 다수 벤처 확인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창업 초기부터 수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편 모집단 변동성을 간과하고, 신규로 진입하고 졸업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 즉, 3년 연속 벤처기업에 국한해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상당한 수출 증가율(2011~12년 5.5%↑, 2012~13년 15.4%↑)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보다 높은 수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벤처 수출 약화에 대한 우려는 실제적 둔화라기보다 규모가 작은 창업초기 수출기업의 벤처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벤처확인기업의 모집단 변동성에 기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벤처 특성상 소재 및 부품, 중간재가 많아 매출액 구성비 중 B2B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만큼 대·중견·중소기업 등의 납품을 통한 간접수출을 제외하고 직접수출만 갖고 벤처기업의 수출 역량 약화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례로 삼성 휴대폰에 벤처기업 부품들이 다수 공급되고 있음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나 벤처 역할론의 근거 수치로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실태 파악과 대응을 위해 매우 바람직하겠으나 종합적인 고려가 없는 단편적인 수치는 잘못된 판단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열악한 환경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을 갖고 탄생한 다수의 벤처기업인들이 오늘도 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국내외 경쟁력과 역량이 아직은 미약해 수많은 좌절과 실패에 직면하나 결국 이런 경험들이 자산으로 쌓여 언젠가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경쟁 우위를 지키고 도약할 수 있도록 건강한 비판과 국민적 관심 그리고 성원을 기대해 본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nam@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