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리콘 웨이퍼 기반 발광다이오드(LED) 칩 양산에 나선다. 양산에 성공하면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LED 시장에서도 기존 사파이어 웨이퍼 시대를 완전히 뒤바꿀 태풍의 눈이 된다. 잉곳·웨이퍼·칩·패키징·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LED 전후방 산업군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낮은 수율과 성능 문제의 해결 가닥을 잡으면서 실리콘 웨이퍼 기반 LED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했지만 그동안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근래 들어 가격 대비 성능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테스트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인 경기도 기흥 K1지역 5라인을 8인치 실리콘 웨이퍼 LED 양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기존 사파이어 웨이퍼 생산라인인 3라인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시생산해왔다. 내년 1분기 3라인에서 5라인으로 관련 설비를 옮기고 향후 수율 개선 속도에 따라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실리콘 웨이퍼 기반 LED 양산에 성공하게 되면 TV용 백라이트유닛(BLU) 시장보다 조명용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던 실리콘 웨이퍼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설비 투자도 많지 않다”면서 “성능과 수율만 확보된다면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ED용 웨이퍼로는 사파이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파이어 웨이퍼에 갈륨나이트라이드(GaN)를 증착해 LED 칩을 만드는 것이다. 사파이어 대신 실리콘을 사용하면 LED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 사파이어 웨이퍼 대비 대형화와 양산도 용이하다. LED용 웨이퍼는 GaN와 결정 구조가 비슷할수록 보다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장점에도 그동안 실리콘이 적용될 수 없었던 것은 결정의 격자 부정합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앞서 일본 도시바도 2년 전 미국 조명 업체 브리지룩스의 기술 자산을 인수, 8인치 실리콘 웨이퍼 기반 LED를 양산하고 있으나 사파이어 웨이퍼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져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GaN를 실리콘에서 성장시킬 때 실리콘이 깨지지 않도록 별도의 공정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결정 구조 차이로 인한 ‘디스로케이션(Dislocation)’ 문제도 일부 해결점을 찾아 수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단계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실리콘이 사파이어의 물성을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고 가격 경쟁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사파이어 활용도가 넓어지고 생산 능력이 올라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격 외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LED 사업의 정확한 양산 기술과 계획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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