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기법이면서 창업·벤처 활성화의 중요 수단으로 손꼽혀온 ‘크라우드펀딩’ 법률안을 놓고 논란이다. 법제화 지연도 문제지만 관련 세부 내용을 놓고도 부처, 업계 간 이견이 크다.
크라우드펀딩은 벤처 육성의 중요 수단이라는 점과 업태가 금융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는다. 이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의 초점을 벤처 활성화를 위한 ‘진흥’에 무게를 둘 것인지, 아니면 투자자 보호 차원의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과 창조경제연구회는 크라우드펀딩 법률안의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5일에는 ‘크라우드펀딩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주제로 별도 포럼을 열어 개선 필요성을 공론화할 방침이다.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도 적극적 의견 개진에 나서기로 했다.
이정민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팀장은 “현 안대로라면 법제화가 이뤄져도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을 살릴 수 없고 투자 활성화도 이뤄지기 힘들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투자 기회 확대와 분산투자를 유도하고 우려되는 문제는 철저한 사후규제로 풀어가는 방식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에 금융위원회는 기존 법률안의 수정 계획이 없으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투자받을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도 있고 거짓 정보 제공을 통한 투자 권유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투자 규모와 중개업자 등에 대해서는 적정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부담이 크고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업계에 분명히 존재한다”며 “의견교환을 거쳐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올라간 법안을 수정할 계획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개별기업 투자한도, 연간투자한도, 환매 규정, 중개업자의 기능 등을 두고 시각차가 첨예하다.
추진단은 500만원으로 규정돼 있는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를 투자자 자기책임 아래 자율 결정하는 쪽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금융위는 관련 시행령에서 개별기업에 대한 투자한도를 200만원으로 하향할 방침이다. 추진단은 엔젤투자자의 1인 평균 투자액도 4700만원인데 금액을 너무 제한할 경우 초기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금융위는 위험부담이 있는 큰 금액 투자는 허용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연간 투자 한도도 법률안은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에 업계는 연간투자 규모 제한은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환매 금지조항도 이견이다. 법률안은 초기투자자가 환매로 위험을 다른 투자자에 전가할 우려가 있다며 1년간 환매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추진단은 투자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서는 유동성이 보강돼야 한다며 환매제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환매 제한은 특수 이해관계인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펀딩 업무를 수행할 중개업자의 역할과 기능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법률안은 자기 계산에 의해 직접투자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업계는 중개사업자(플랫폼 사업자)가 선도 투자자 역할을 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개업자의 투자권유나 자문행위에 대해서도 법률안은 ‘원칙적 금지’인 반면 수정요구는 투자 정보제공 차원에서 ‘부분적 자문 허용’ 쪽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엔젤투자자도 투자클럽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데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너무 많은 규제로 실제 투자활성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접근이다. 금융위는 중개업자가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자문과 환매까지 허용할 경우 여러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창조경제추진단은 국회에 올라있는 법안의 수정을 뛰어넘어 추가 진흥책 마련까지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 유인을 위해 엔젤투자자와 같은 수준의 소득공제 세제 해택을 부여해 관련 산업을 보다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크라우드 매칭펀드’까지 만들어 정부에 의한 선도투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청 모태펀드를 활용한 ‘엔젤 매칭펀드’ 대상을 크라우드펀딩으로 확대 운영하자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