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지사업을 확실한 글로벌 1등으로 키우겠습니다.”
2012년 권영수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에 취임한 직후 임직원에게 밝힌 포부가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권 사장은 취임 2년 만에 LG화학을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분류되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 1위에 올려놓았다. 당시 10개의 완성차 업체 배터리 공급처를 2년 만에 두 배 늘어난 20여개 50개 전기차 모델로 늘렸고 ESS 분야 역시 올해 160㎿h규모의 배터리 양산을 앞둬 시장 1위가 유력하다. 권 사장은 과잉생산 투자 논란에 휩싸인 LG화학을 반전시키고 파나소닉· NEC 등 일본 업체가 주도했던 중대형 배터리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다.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 20만대 생산 규모의 오창공장과 10만대 규모의 미국 홀랜드공장 가동률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중국공장 설립 계획까지 밝혔다. 2, 3위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두 배가량 많은 연간 40만대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덩치를 키웠다. LG화학은 이미 2018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주문을 받아 논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2년 전 저조했던 공장 가동 상황과 비교하면 괄목할 한 성과다.
권 사장 1등 신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권 사장은 2007년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아 세계 1위 패널 회사로 키웠다. 당시 LCD패널 가격 하락으로 4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취임 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 놓았다. 경쟁사인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업체 도약을 이끈 것이다.
LG화학의 성과는 두문불출하며 한 길을 걸었던 권 사장에 확고한 의지가 컸다. 권 사장은 1년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중국 등 해외 현장을 방문하며 글로벌 고객사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결과 중국 상위 완성차업체 네 곳 중 세 곳(상하이기차·제일기차·창안기차)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유럽 등에 이미 수십 ㎿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만 프랑스·미국 등에 약 100㎿h 규모의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있다.
남다른 R&D투자도 한 몫을 했다. LG화학은 세상에 없던 배터리를 쏟아냈다. LG화학은 모바일전지 분야에서 쌓고, 휘고, 감을 수 있는 ‘계단형’ 배터리, ‘커브드’ 배터리, ‘케이블’ 배터리 등 미래형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선도 기술력 덕분에 소형 배터리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해 2013년에는 소형 전지 분야에서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올해 권 사장은 취임 초기인 2012년(2조 4789억원)보다 15%가 증가한 2조8400억원의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수립하고 시장 공략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해외 영업에만 집중해온 권 사장이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사업 성과가 일정 수위에 올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권 사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ESS 배터리 분야에서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2016년에는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