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브라질 월드컵...`히든 챔피언`은 따로 있었다

“월드컵의 ‘히든 챔피언’은 따로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달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일부 스타트업에는 글로벌 시장 데뷔 무대가 됐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골라인 테크놀러지(GLT)`가 사상 첫 도입돼 골 판정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켰다. 독일 골컨트롤사 직원들이 경기 직전 GLT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골라인 테크놀러지(GLT)`가 사상 첫 도입돼 골 판정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켰다. 독일 골컨트롤사 직원들이 경기 직전 GLT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골라인테크놀러지(GLT)’ 기술을 단독 공급한 골컨트롤사는 가장 빛나는 히어로다.

독일의 한 플라스틱·고무제품 검사업체의 자회사로 직원수 40명에 불과한 이 업체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개발, 월드컵의 단골 판정시비를 말끔히 해결했다.

현재로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 스타트업의 유일한 고객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이후 프리미어 등 유명 프로리그에서 속속 도입이 기대된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이 회사 더크 브로이치하우젠 운영이사도 “이번 월드컵 경기로 GLT의 우수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각 지역 메이저 축구리그 도입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FTI컨설팅의 남미 담당 디렉터인 프랭크 홀더는 “GLT는 국제·프로 경기뿐 아니라, 국내·아마추어 등 각급 경기에 쓰일 수 있다”며 “특히 축구뿐 아니라 테니스, 배구 등 라인 관련 판정 시비가 잦은 경기라면 어디든 유용해, 일개 스타트업 입장에선 매우 큰 기회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하이비전(하이캉웨이스)은 월드컵을 앞둔 브라질 정부가 시큐리티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집행한다는 것을 간파한 경우다.

실제로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맞아 치안 분야에 총 8억5500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했다. 하이비전은 브라질 각 지역 버스정류장과 남부 벨루오리존치 경기장 주변 경비보안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위해 하이비전은 수백대의 CCTV 카메라를 설치했다.

월드컵 같은 초대형 국제 이벤트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곤 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의 미군 철수로, 군사용 로봇을 군납해 온 미국의 중소벤처 아이로봇은 매출이 10%나 급락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지난해 브라질 정부와 5000대의 ‘전술 로봇’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금액으로는 7200만달러치다. 이 로봇은 브라질 군과 경찰에 인계돼, 각 경기장에서 폭발 의심물 제거 작업 등에 활용됐다.

아이로봇의 팀 트레이너 부사장은 “이번 월드컵 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브라질 외 남미 국가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