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컴퓨터 그래픽은 회화, 건축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같은 일상적 미디어에서 흔히 사용되는 현대 시각 언어의 대표적 양식으로 간주된다. 이는 2차원 평면에 3차원 좌표 값을 표현해 실제 사물과 같은 3차원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래픽 이미지다.
3D 그래픽은 다음과 같은 단계들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를 3D 형상으로 모델링해야 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방식은 와이어 프레이밍(wire-framing)이다. 이는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철사줄을 가지고 동물이나 사물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그 다음 단계는 표면에 질감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텍스처 매핑(texture mapping)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해 나무나 벽돌과 같은 표면 질감을 구현한다. 그리고 조명과 그림자 처리를 하여 보다 입체적 느낌을 갖도록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은 알고리즘으로 구현되며 모든 요소와 과정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아날로그 이미지로 ‘구워내야’ 하는데, 이를 렌더링(rendering)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정지된 그래픽을 만드는 과정인데, 움직이는 이미지를 구현하려며 결정적으로 두 가지 과정이 추가된다. 하나는 마치 3차원 실제 공간을 무비 카메라로 촬영하듯 가상의 카메라(버추얼 카메라)로 한 프레임씩 카메라의 위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별적인 그래픽 하나하나를 결합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으로, 초당 24장의 이미지가 결합되면 영화와 같은 움직이는 이미지가 구현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영화나 과학 시각화에 흔히 사용되는 3D 그래픽 애니메이션이다.
3D 그래픽은 회화처럼 단순히 특정 사물의 이미지를 표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형식의 이미지들을 담는 ‘용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타잔’에서는 2D 타잔이 3D 정글 속을 움직인다. 영화 타이틀이나 광고에서 흔히 보는 이른바 ‘모션 그래픽’은 글자, 2D 이미지, 3D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시각 요소가 3D 공간 속에서 움직이게 한다.
3D 효과는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QTVR는 보는 이를 중심으로 2D 이미지를 360도 파노라마로 구현하여 3D 효과를 갖게 한다. 스마트폰 앱인 포토신스(Photosynth)는 여러 장의 사진을 꿰매듯 연결하여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포토신스 홈페이지는 세계 수많은 사람이 올린 특정 장소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지도 위에 표시해 해당 장소에 대한 가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예들은 수없이 많다.
3D 효과를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우리 시대만의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회화나 건축에 사용된 트롱페 뢰유는 이의 대표적인 보기다. 프랑스어로 눈속임이란 의미의 트롱페 뢰유는 회화의 캔버스나 건축물의 천장과 같은 2D 표면에 원근법과 같은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3D 착시 효과를 만들어냈다. 3D 효과는 그림에 기기가 덧붙여져 배가되기도 한다. 18세기에 유행했던 조그라스코프(zograscooe)는 특수 렌즈를 이용해 2D로 그려진 이미지에 심도를 만들어낸다. 18~19세기의 입체경은 인간 눈의 양안시차를 이용해 두 장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는 현재 3D 텔레비전이나 영화의 기술과 같은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회화와 같은 2차원 표상물을 실제 사물처럼 3D로 표상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이를 구현하는 기법 또는 알고리즘은 다르지만 표상물을 넘어 실제 사물에 ‘투명하게’ 다가가려는 욕망은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고 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