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ED 업계, 생존게임 본격화…중국 업체와 `적과의 동침`도 불사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발광다이오드(LED)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이다. 특히 공급과잉을 유발한 중국 업체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향후 1~2년간 생존하느냐 죽느냐의 일대 결전이 끝나고 나면 국내 LED 시장 구도도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루멘스·삼성전자·포스코LED 등 국내 주요 LED업체들이 실적 악화 탈출구를 찾아 중국으로 눈을 돌리거나 사업 재정비, 구조조정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LED 시장에서 최근 원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업체들과 협력이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4월 중국 사난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율은 사난이 49%, 서울반도체가 25%,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26%다. 올 3분기부터 합작사에서 저출력 LED 칩을 생산한다. 서울반도체는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가형 LED 시장의 강자인 사난과 손 잡았다.

포스코LED는 초기 LED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 초 중국 업체와 일시적인 밀월 관계를 가졌다. 중국 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반값 LED’를 출시,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펼쳐왔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업체와의 또 다른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LED 칩을 자체 생산하지 않은 루멘스 역시 중국 업체와 협력을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뿐만 아니라 대만·중국 업체들로부터 LED 칩을 공급받아 왔지만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제휴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외에도 일부 국내 LED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협력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업체와 협력은 단기간에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칫 저가의 중국산 제품 이미지로 자체 브랜드 이미지 훼손의 우려도 적지 않다”며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UV LED 등 고부가가치 LED 칩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재정리에 나선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LED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최근 마지막 승부수로 실리콘 웨이퍼 기반 LED 칩 개발에 나섰다. 내년 초 8인치 대구경 실리콘 웨이퍼 양산으로 세계 LED 사장을 평정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양산에 실패하면 사업의 존폐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금호전기도 계열사 ‘더리즈’와 함께 LED 에피·칩 생산설비 일체를 일진LED로 넘겼다. 이 회사는 부진한 LED 칩 사업을 정리하고, 최근 터치스크린패널(TSP)에 뛰어들었다.

반면에 LG·일진그룹 등은 LED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직계열화에 힘 쏟고 있다. LG이노텍은 사이이퍼 웨이퍼 가공부터 LED 칩·패키지·모듈 등에 이르기까지 내재화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진그룹도 최근 원재료인 사파이어 잉곳·웨이퍼에서 칩·패키지, 조명까지 전 공정에 걸쳐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