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지난 7일자 2면에 ‘삼성투모로우, 자사 이익 위한 왜곡 도 넘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언론의 오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해당 블로그를 운용한다’는 삼성전자의 주장과 달리 사실 왜곡·거짓 변명 창구로 전락한 삼성투모로우의 문제점을 거론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다음날 장문의 반박글을 삼성투모로우에 올렸다. “전자신문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주장을 뒷받침할 사실(팩트)조차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은 삼성전자에 반문한다. 해당 기사에 적시한 STS반도체통신 일감 챙기기, TSST 매각, 갤럭시S5 출시 초기 저조한 판매량, 국내 휴대폰 제조인력 감소, 갤럭시S5 프리미엄 모델 출시 현실화 등의 사례를 팩트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이 최근 3개월간 삼성을 겨냥한 공격기사 160여건을 무차별로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그 셈법이 궁금하다.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보낸 홍보자료 이외에 언론이 취재해 작성한 모든 기사를 공격기사로 간주하는 그 셈법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삼성전자의 전형적인 아전인수 격 숫자 부풀리기다.
삼성전자는 ‘갤S5용 1600만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 ‘출시 코앞 갤S5, 카메라 렌즈수율 잡기에 안간힘’ 등의 전자신문 보도 기사를 ‘사실무근의 비방’이라며 폄훼했다. 이 기사는 민사소송 중인 내용이며 전자신문은 오보가 아닌 사실임을 입증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가리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은 물론이고 사법기관마저 무시하는 오만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갤S5 출시되자마자 미 버라이즌 1+1 이벤트’ ‘매출 늘어도 고용 줄어든 휴대폰 사업’ ‘단가 인하 압박감 큰데다 모델 바뀌면 일감 끊길까 조마조마’ ‘원가 부담 떠넘기기 공포, 짭짤한 부품은 해외서 자체 생산, 협력사 사지 내몰려’ 등의 기사를 두고 삼성전자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내용은 모두 사실이자 산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삼성전자와 관계된 업계 종사자라면 경영자는 물론이고 말단 직원까지 인식하고 절감(切感)하는 내용이다.
협력사 대다수가 통감(痛感)하는 내용을 삼성의 기업 이미지 보호를 위해 팩트가 아니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협력사의 하소연을 ‘슈퍼 갑’인 삼성전자가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의 혁신이 부족한 이유다. 전자신문이 기사에 협력사의 어려움을 언급하면 삼성전자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발설자 찾기에 혈안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이다.
전자신문이 협력사의 애환을 기사화한 이후 곳곳에서 응원 메일이 답지했다. 그동안 ‘슈퍼 갑’ 삼성전자 눈치가 보여 하지 못했던 말을 전자신문이 속 시원하게 대변해줬다는 내용이다. 거래관계상의 부조리 내용을 담은 제보내용도 쏟아졌다. 심지어는 후원기금을 보내겠다는 중소기업·개인도 있었다. 만일 팩트가 아니라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분명 실존하지 않는 ‘유령(幽靈)’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이 지면을 무기화(武器化)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 내용이 오보이거나 명예 훼손의 소지가 있을 때 중재하는 기관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다. 언론으로부터 기업이나 개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삼성투모로우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상대방을 폄훼하면 언론 입장에서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 삼성이 삼성을 위해 만든 사적 공간 삼성투모로우 안에서 언론은 명백한 약자다. 텍스트를 무기화하는 주체는 언론이 아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삼성전자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바로 언론인 출신들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SST 매각 건이다. 2012년 12월 전자신문이 ‘TSST 매각 추진’을 보도하자 삼성투모로우는 “사실이 아니다”며 거짓 해명했다. 한술 더 떠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문장까지 곁들였다. 삼성전자는 15개월이 지난 올 3월에서야 TSST 매각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삼성투모로우의 거짓글은 지금까지도 수정이나 삭제되지 않은 채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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