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 창업·벤처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각광받는 ‘크라우드 펀딩’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 중이다. 관련 법제화가 1년 넘게 지연된 데다 제도 운용방식을 놓고 부처·업계 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크라우드 펀딩 도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우선 활성화 근거가 되는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한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다. 다른 경제 현안에 밀리면서 현재 분위기로는 언제 통과될지조차 불확실하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면서 지난해 6월 중기청(전하진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과 금융위원회(신동우 의원 대표발의)가 앞다퉈 법안을 만들기도 했지만 하나의 법안으로 조율된 후에도 법제화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법안심사가 늦어지면서 제도 도입 자체가 지연됐다.
최근에는 법안 내용을 두고 논란까지 빚어졌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은 현재 안으로는 크라우드 펀딩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법안 내용 수정을 국회와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반면에 금융위는 현재 의원입법안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더 무게를 둔 접근법이다.
제도를 보다 개방적으로 운용해 벤처·창업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벤처업계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업에 해당하는 규제와 감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이 맞서는 형국이다.
벤처업계 고위 관계자는 “계류 중인 법안은 개별기업 투자 한도를 엄격히 제한한다. 1년간 환매금지는 물론이고 중개업자의 직접투자와 자문활동도 금지했다. 추진단은 투자한도는 투자자 판단에 맡기고 유동성 보강 차원에서 환매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개업자의 자문과 투자유도, 직접투자도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핵심은 크라우드 펀딩을 진흥 대상으로 볼 것인지 규제부문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며 “원 취지가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있다면 규제를 완화해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혹시 발생할 문제점은 사후규제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Crowd)의 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자를 통해 모으는(Funding)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이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운 초기기업의 자금 창구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영국 등이 최근 1~2년 새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우리나라보다 법제화에 늦게 나섰던 일본도 지난 5월 크라우드 펀딩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세계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지난해 기준 51억달러 수준(와디즈 조사)이다. 최근 4년 동안 열 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에만 8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