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총을 만들고, 비행기 부품도 만들고 심지어 집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생산방식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고 평가한다. 3D 프린팅 사업 진출을 검토한다고 발표만 해도 코스닥 주가가 들썩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뜨거운 관심과 붐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3D 프린팅 산업은 가공소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데이터 포함)가 3개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주요한 부문에서 아직까지 개발의 여지가 너무 많다. 특히 이중에서도 양질의 3D 데이터가 핵심이다. 3D 프린팅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가공소재가 갖춰지더라도 기반 기술에 해당하는 데이터 추출 기술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D 데이터를 획득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3D 스캐닝 기술이다. 대상체에 레이저를 발사해 입체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고 시각화한다. 우리 눈이 가장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3차원 입체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이 기술은 문화재 복원과 관리에 많이 쓰여왔다. 국보급 문화재의 진품에 손을 대지 않고 스캐닝해서 정밀한 3D 데이터를 획득한 뒤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한다. 남대문 화재 이후에는 문화재 별로 3D 데이터를 확보해서 혹시 발생할 소실이나 훼손에 대비하기도 한다.
3D 데이터는 3D 프린팅 산업의 핵심 요소가 될 뿐 아니라 안전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후화된 공장이나 산업시설의 안전 관리에 3D 데이터가 적용된다.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70년대 이후 세워진 인프라 시설, 공공 및 산업시설, 산업 설비 등은 설계도면이 거의 없다. 있더라도 실제 시설의 구조와 변형, 증설 등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면 도면이 전부다. 3D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현재 상황을 반영한 지능형 3D 시각화 도면정보를 구축하면 된다. 단순히 대상을 입체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속성 값을 갖고 있는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다. 복잡한 화학공장 파이프의 훼손 상태를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했다면 불산 누출사고 같은 대형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 이후 ‘안전 대한민국’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지능형 3D 시각화 도면 정보구축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프랑스처럼 3D 시각화 정보의 구축을 제도화 또는 법제화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ICT 기술을 활용해 재난안전 예방을 산업화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써야 한다.
유행처럼 가까이 다가온 3D 프린팅 기술이 산업계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3D 데이터 구축이 우선이다. 농경사회에서 저수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3D 프린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3D 데이터베이스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백순엽 다인디지컬처 대표 baeksy@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