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디라고요? 인텔?!”
중국 선전시에서 저가형 태블릿과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들어 중소 브랜드에 납품하는 한푸전자(www.hampoo.com)의 왕 사장은 최근 인텔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이름도 없는 자신의 회사에 미국의 거대 기업 인텔이 직접 찾아와 거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변하고 있다. PC시대의 제왕, 인텔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몸을 낮췄다. 선전 소재 중소 태블릿 제조업체 등을 찾아 다니며 자사 칩의 사용을 ‘정중히’ 요청하고 있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떠오르면서 인텔 칩은 ARM 기반 모바일 칩에 한참 밀린다. 인텔의 전략 변화 이유다.
르네 제임스 인텔 사장은 “우리는 보다 실용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며 “예컨대 인텔이 지금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면 뭘 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인텔이 주목한 곳이 중국 선전 소재 전자업체다. 한푸를 비롯해 라모스 디지털 테크놀러지, 테크래스트 일렉트로닉스, 완리다 그룹 등이 그들이다.
애플의 최저가 태블릿의 판매가격은 299달러. 하지만 이들은 같은 스펙의 제품을 단돈 299위안(48달러)이면 만들어 낸다.
IDC는 올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2억4500만대의 태블릿 중 절반 가까운 44%가 선전에서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노버나 HP에 납품하는 물량도 다수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전 세계서 출하된 5000만대의 태블릿 중 34% 이상을 이른바 ‘기타 태블릿’이 차지했다. 여기엔 200여개 이름없는 ‘잡 브랜드’가 혼재돼 있을 것으로 톰 메이네리 IDC 부사장은 설명했다.
올해 세계 태블릿 시장은 3% 늘어나는데, 상표가 표시돼 있지 않아 ‘화이트 박스’라 불리는 이들 태블릿은 13% 급증이 기대된다.
인텔은 이들 업체의 환심을 사기위해 ARM에서 인텔로 내장칩을 바꾸면 ‘전환비용’을 보전해준다. 또 ‘수익 차감’(Contra revenue) 방식을 통해 자사 프로세서를 채택하는 고객사들에게 칩 가격 할인은 물론이고 재정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를 통해 올해만 자사 칩을 4000만대의 태블릿에 탑재시키겠다는 게 인텔의 목표다.
ARM 기반 칩만을 금과옥조로 생각했던 중국 업체들이 하나둘 인텔로 돌아서는 이유다. 최근 중국 록칩은 인텔 칩의 개발과 판매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왕 사장은 “처음엔 인텔이 못미더웠다. 그런데 기술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인텔이 엔지니어를 보내줬다. 그는 우리와 한 달 넘게 밤 늦게까지 같이 생활하며 문제를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 뿐아니라, 부품 수급 부족시에는 공급선까지 대줬다는 게 왕 사장의 설명이다. 한푸전자는 올해 모든 태블릿용 칩을 인텔로 바꿨다.
인텔은 또 ‘참조 디자인’(reference design)을 중국 각 제조사에 제공, 한 달도 안걸려 ‘기성(ready-made) 태블릿’을 찍어낼 수 있게 했다. 인텔 역시 칩 개발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고 스테파니 홀포드 인텔 차이나 모바일팀의 사업개발 총괄이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