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2기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야할 길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은 현 정부의 특명부처다.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정보기술과 융·복합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최선봉 사령탑이기도 하다.

<유비쿼터스 모임 10주년 토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문위원
<유비쿼터스 모임 10주년 토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문위원

거시적 시각에서 20세기 최종 10년과 21세기 최초 10년은 인류역사에 기념비적 혁신기로 평가될 것이다. 그것은 인터넷과 스마트 혁명을 통해 전 인류가 동공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구 규모의 창조적 플랫폼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1세기 지구사회는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없이는 잠시도 존립할 수 없는 거대 디지털 영조물(營造物)로 바뀌었다.

불과 20년 동안 세계를 호령하는 거대기업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공통기반으로 디지털 제국을 이룩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같은 맥락에서 다가오는 20년 동안에도 한층 진화된 고차원 미래인터넷을 기반으로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가 거듭될 것으로 가정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 20년 후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한마디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인터넷과의 관계성이 심화되는 만물인터넷으로 나아갈 것이다. 만물인터넷은 생물권을 형성하는 사람, 사물, 공간 그리고 시스템이 지능형 그물망 생태계상에서 입체적으로 엮어지는 초인터넷(Ubernet) 세상이다. 전기가 20세기 인간의 생활을 뒤바꿔놓았듯, 21세기는 인터넷이 인류의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대한민국 5000년 역사상 오늘날처럼 인류 신문명의 최선봉 대열에 서 본적이 있었을까? 농업혁명은 2000년, 산업혁명은 200년, 정보혁명은 20년 뒤늦게 출발했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날렵한 추격자 전략으로 이젠 디지털 혁명의 최전선에 와 있다. 바로 이러한 문명사적 통찰에서 창조경제의 거시적 방향성과 국가역량이 동원되는 영리한 개척자 전략으로 전력 질주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인터넷이 이룩한 파괴적 혁신이 금후의 20년 동안에도 지속된다면, 2030년 초의 초인터넷은 80억명의 인류가 100억대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돼 1000억대의 인공지능형 가전을 제어하고, 조 단위의 센서(Trillion Sensor)가 우리의 생활세계를 에워싸는 또 하나의 지구, 디지털 행성으로 변모될 것이다.

주지하듯 18세기 기계문명을 장악한 영국이 제국을 건설했고, 20세기 에너지와 컴퓨터 문명을 주도한 미국이 패권국으로 굴기했다. 21세기 신문명 중심 국가는 만물인터넷을 플랫폼으로 파괴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나라,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국가에 성공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전제가 틀리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신문명의 주력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 국민이 디지털 혁신역량에 충만한 나라, 가장 경제적으로 첨단 과학기술 인프라를 건설하여 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 IT강국이자 전자정부 세계1위 국가로 우뚝 솟은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미래부의 존재가치는 바로 이러한 대한민국의 강점을 극대화해 문명사적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거대비전과 실행전략의 역할주체에서 찾아야 한다. 장기적 거대목표를 정립하고 도전적이며 혁신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국부를 찾아내는 파이어니어가 돼야 한다. 단기적이고 점진적이며 방어적인 접근은 다른 부처의 몫으로 돌려도 된다.

제2기 미래부는 디지털 행성문명의 중심국가로 도전하는 담대한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가대개조 전략과 창조경제 활성화라는 쌍발 엔진을 힘차게 돌려야 한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