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고분자 리보핵산(RNA)을 안정된 필름형태로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RNA를 이용한 피라미드 형태의 나노구조물은 있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멤브레인은 처음이다. 건조된 RNA 멤브레인은 의료용 패치 등 다양한 소재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범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생체고분자 RNA 가닥을 엮어 손톱크기의 막(멤브레인)을 만들었다고 14일 밝혔다.
RNA 구조물은 생체고분자로 체내 안정성이 뛰어나며, 자체로 효소활성을 띠는 등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어 효용가치가 크다. 하지만 RNA는 효소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불안정한 고분자여서 이를 활용한 구조물을 만들기 쉽지 않다. 또 멤브레인 형태로 만들려면 긴 RNA 가닥을 합성하고 이들의 결합을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수천여개 염기쌍으로 된 긴 RNA 가닥을 합성하고, 이를 농축시켜 자발적인 결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손톱크기의 RNA 멤브레인을 합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RNA 멤브레인은 간단한 조작으로 표면 거칠기나 두께 같은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RNA 가닥간의 염기결합수를 줄이면 멤브레인이 더 거칠어지는 식이다. RNA 농도를 조절해 멤브레인 두께를 조절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RNA 멤브레인에 항암제 독소루비신을 실어 날라 약물전달체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종범 교수는 “멤브레인을 이루는 RNA 염기서열을 조작하면 유해 단백질 생성을 막거나 반대로 유익한 단백질 생성을 돕는 등 멤브레인에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글로벌개방혁신연구센터(GIRC)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지난 4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